英, 캐나다 잠수함 사업서 한화 지지… 60兆 수주전 균형 '흔들'
한화·TKMS 2파전 속 英 "한화 지지" 언급 총리·해군 수뇌부 잇단 한국 방문… 실사 본격화 독일, 나토 연대 앞세워 반격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이 새 국면을 맞았다. 한국과 독일의 양자 경쟁 구도 속 사업자 선정을 앞둔 가운데 영국의 선택이 수주전 균형을 흔들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경주에서 열린 비공개 APEC 포럼에서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 대사는 "영국 정부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한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곧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300여 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크룩스 대사 발언은 영국 방산업체 배브콕(Babcock)이 캐나다 해군의 '빅토리아급' 잠수함 유지·보수·정비(MRO)를 맡고 있고, 한화오션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의례적 언급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이번 사업은 캐나다가 최대 12척의 디젤 배터리 추진 잠수함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장기 프로젝트다. 8월 말 입찰에서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원팀'과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가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단순 건조뿐 아니라 앞으로 20~30년간의 유지·보수까지 포함한 총 사업 규모는 약 60조원에 달한다.
캐나다는 2028년까지 계약을 마무리하고 2035년 첫 잠수함을 인도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검증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경주 APEC 회의 직후 한화오션의 거제 조선소를 방문했다. 그는 앞서 TKMS 조선소도 찾은 바 있다.
한화오션은 2035년까지 4척을 조기 인도하고 이후 매년 1척씩 납품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통상 9년이 걸리는 납기를 6년으로 단축해 약 1조원의 예산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캐나다 해군 사령관 앵거스 탑시는 최근 한화오션 거제를 시찰하며 "잠수함이 빨리 필요하다"며 "산업의 핵심은 지속적 생산 라인"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독일은 나토(NATO) 연대를 전면에 내세운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0일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노르웨이 국방장관과 함께 캐나다를 찾기도 했다. 독일과 노르웨이는 2030년까지 잠수함 현대화 사업을 공동 추진 중이며, 2017년 TKMS의 잠수함을 도입한 경험이 있다.
다만 북극 항로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러시아·중국의 영향력 확장이 이어지면서, 캐나다 내부에서는 실질적 납기와 운영 효율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빠른 확보'를 우선순위에 두는 만큼, 생산 역량이 검증된 한국 '원팀'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