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운반책 잇단 진술 번복…백해룡 주장 근거 ‘흔들’
운반책 3명 “세관 도움 없었다” "기억 안 난다"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백해룡 경정이 제기한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근거였던 말레이시아인 마약 운반책들의 진술이 최근 검경 합동수사단 조사에서 뒤집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경찰 조사 때는 “인천 세관 직원들이 마약 밀수를 도왔다”고 말했다가, 합동수사단 조사에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것이다.
지난 4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에 꾸려진 검경 합동수사단은 최근 말레이시아인 운반책 3명을 불러 조사한 결과 기존 진술과 상반된 내용을 확인했다.
이들은 “세관 직원이 도운 적이 없다”, “시간이 오래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수사단은 이들 중 2명에 대해 대질신문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백해룡 경정은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재직하던 2023년, 마약 밀수 사건을 수사하면서 말레이시아인 운반책 3명으로부터 “인천공항 세관 직원들이 통관을 도와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해왔다.
이후 세관 공무원 연루 의혹을 수사하던 중 외압으로 좌천됐다고 폭로했고, 최근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내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마약 사업을 했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운반책들은 모두 2023년 9월과 그 이전 2월에 각각 검거됐다. 당시 두 명(A·B씨)은 경찰에 “1월에도 입국했는데 세관 직원들이 필로폰이 숨겨진 신체 부위를 검사하지 않고 통과시켰다”고 진술했고 또 다른 C씨도 같은 취지로 말했다. 백 경정은 이 진술을 토대로 “세관이 마약 밀반입을 도왔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후 진술은 흔들렸다. A·B씨는 최근 “세관 직원이 도운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고, C씨는 “시간이 너무 지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B씨는 “세관 직원이 초록색 라인(그린라인)을 따라 안내했다”고 했으나, 관세청은 “그 라인은 2023년 5월에야 설치됐다”고 반박했다. 또 이들이 주장한 ‘세관 직원의 공항 외부 동행’ 역시 출입 기록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마약 수사 전문가들은 “국제 마약 조직이 운반책을 안심시키기 위해 ‘세관 직원이 도와줄 것’이라고 거짓말하는 경우가 있다”며 “운반책 진술만으로 공무원 연루를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운반책들의 진술 번복은 백 경정이 주장해온 ‘세관 공무원 연루’ 의혹의 근거를 흔들고 있다. 백 경정은 “마약 운반책의 증언은 구체적이고 확실하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다만, 운반책들 역시 수사 단계와 재판 과정에서 진술이 여러 차례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백 경정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달 15일 자로 검경 합동수사단에 파견돼 있다. 다만 기존 수사팀과 별도로 독립된 소규모 팀을 꾸려 별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백 경정은 지난달 26일 언론을 통해 "검찰은 왜 이럴까. 검찰의 자충수일 뿐이다. 예전에는 먹혔겠지만 지금도 그럴까"라며 "수감자를 불러내 진술을 비트는 건 검찰의 고질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