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이 불러온 ‘D램 슈퍼 사이클’…HBM뿐만 아니라 범용 D램 수요도 폭발적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AI(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넘어 범용 D램(주기억장치)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등 D램 제조사들의 제한된 증설 능력 때문에 빠듯한 수급 상황과 높은 수익성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4일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월간 D램 트렌드’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와 같이 분석했다.
김운호 연구원은 우선 AI 추론 워크로드(AI에 묻고 답하기) 증가에 따른 D램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들어 대규모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 추론 워크로드가 급증했다”면서 “Context windows(LLM이 한 번에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는 텍스트의 양)가 수만 토큰에서 100만 토큰 이상으로 늘어나며, 세션당 메모리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 결과, 전체 시스템 수요를 HBM만으로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 웹 서비스(AWS)나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 등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서버 성능 및 처리량 유지를 위해, HBM은 물론 대용량 DDR5(5세대 D램) 등 컨벤셔널 D램(범용 D램)의 AI 서버 탑재율을 높이고 있다는 게 김 연구원의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2025년은 AI 수요가 HBM을 넘어 D램 전반으로 확산되는 변곡점”이라며 “이 변화는 3분기 말부터 뚜렷해졌고, 2026년까지 탄력이 붙으며 근 몇 년 간 가장 강한 D램 수요 사이클을 형성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AI의 추론 워크로드 급증은 하이커스케일러들의 범용 D램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지만,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의 공급 증설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주요 신규 Fab(반도체 제조 공장)들이 컨벤셔널 D램보다 HBM 생산에 주로 배정됐다”면서 “삼성전자의 평택 P4와 SK하이닉스의 M15X는 HBM 전용 팹으로 운영되고 있어, 컨벤셔널 D램 증설 여지는 매우 제한적”이라며, 내년까지 범용 D램 공급 환경은 구조적으로 빠듯한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 관측했다.
범용 D램에 대한 수요는 증가세인데, 공급은 빠듯한 탓에 D램 가격 상승에 따른 제조사들의 수익성 증가가 점쳐진다.
김 연구원은 “올 4분기 주요 서버 D램 가격 상승세는 전 분기 대비 10%대 중반 혹은 그 이상의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공급이 계속 빠듯한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 추가 인상 여지 또한 크다”면서 “고객사들은 최소 물량 확보를 위해 더 큰 폭의 인상도 수용하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이어 “(제조사들이 HBM에서 D램으로의)Fab 전환 유연성이 낮고, AI 관련 수요가 다층적으로 확대되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수급이 빠듯한 상황은 사이클이 아니라 구조적”이라며 “이에 따라 높은 D램 가격과 수익성은 2026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AI 확산, 하이퍼스캐일러들의 서버 교체 사이클, 추론 워크로드 등 전반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도가 높아짐에 따라 D램 시장이 2028년까지 2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