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장 잃은 中, 전기차·가전·스마트폰 앞세워 '글로벌 공습'
동남아·중동 휩쓴 中 전기차… 높은 점유율로 시장 재편 유럽 가전 시장도 '메이드 인 차이나' 급부상 인도 스마트폰 시장, 중국 브랜드 70% 장악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미국 시장을 잃은 중국이 전기차·가전·스마트폰을 앞세워 전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내수 의존에서 벗어나 '글로벌 확장'으로 전략을 전환한 중국 기업들이 신흥국은 물론 유럽까지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동남아 최대 자동차 시장인 태국에서 중국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은 88%에 이른다. 한국(1%), 미국(6%), 유럽(5%)을 압도하는 수치다. 올해 현지 전기차 판매 1위부터 8위까지 모두 중국 브랜드가 차지했다. 태국 소비자들은 중국산 전기차의 실속을 선택 이유로 꼽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낮은 구매력과 도로 사정에 맞춘 '보급형 전기차' 전략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상위 30개국에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2019년 0.3%에서 올해 상반기 16.2%로 상승했다. 6년 만에 54배 급등한 셈이다. 태국·말레이시아·이스라엘 등 신흥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80%를 넘었고, 브라질에서는 99.5%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이 100% 관세로 중국산 전기차 수입을 차단하면서 중국은 유럽 시장으로 공세를 확대했다. 유럽 15개국 가운데 독일, 프랑스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중국 전기차 점유율이 10%를 넘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이미 수입차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 BYD는 리야드 내 3곳의 전시장을 내년까지 1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가전과 IT 부문에서도 중국 기업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 중심가의 전자제품 매장 '다르티'에선 로보락(Roborock), 드리미(Dreame) 등 중국 브랜드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가전 매장에서도 하이센스 TV, 세탁기, 냉장고가 한국 제품과 함께 전면 진열돼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샤오미는 지난해 스페인에서 점유율 28.8%로 삼성(27.7%)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인도에서는 스마트폰 10대 가운데 7대가 중국산이다. 중국 비보(Vivo)가 16.6%로 삼성전자(13.2%)를 앞질러 1위에 올랐고, 오포(12%), 샤오미(12%), 리얼미(11%) 등이 뒤를 이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 출범 후 수입 규제가 완화되면서 올해 1~8월 아르헨티나의 스마트폰 수입액은 전년 대비 267% 증가했다. 이 가운데 90% 이상은 중국산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과거 '싼맛'에 의존하던 수준을 넘어 품질과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의 글로벌 확장은 단순한 수출 확대를 넘어 산업 구조 전환의 신호"라며 "제조 기반이 탄탄한 중국의 공세가 계속되는 한 전통 강자들의 시장 방어전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