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결혼식·합성사진”…정책은 사라진 ‘역대 최악 국감’
시민단체 “F학점 국감…권력분립 무너졌다” “위원장이 마이크 4배 더 잡았다”…편파 진행 논란 확산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국정감사가 ‘역대 최악의 저질 국감’이라는 비판 속에 막을 내렸다.
여야의 정책 검증은 사라지고, 상임위원장들의 편파 진행과 막말, 사적 논란이 국감을 뒤덮었다. 국회 안팎에서는 “이래서야 국감을 왜 하나”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왔다.
지난달 30일 기준 17개 상임위원회 중 14곳의 국정감사가 종료됐다. 시민단체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이번 국감을 “권력 분립이 무너진 F학점 국감”으로 평가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과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문제 인물’로 지목하며, 각각 ‘편파적 진행’과 ‘무소불위 위원장’으로 비판했다.
이번 국감의 상징적 장면은 법사위 첫날 벌어졌다. 추미애 위원장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증인석에 붙잡아둔 채 90분 넘게 여당 의원들의 일방적 질의를 진행했다.
질의 과정에서 친여 성향의 최혁진 의원이 조 대법원장을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빗댄 ‘조요토미 희대요시’ 합성사진을 흔들어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은 “사법부 모욕”이라며 강력 항의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국감 중 딸의 결혼식을 국회 경내에서 올린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최 위원장은 “양자역학 공부하느라 신경 못 썼다”고 해명했지만, 여야 모두 “공사 구분이 안 된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후 그는 국감을 비공개로 돌리고 취재진을 퇴장시켜 ‘기자 추방’ 논란까지 일으켰다.
두 위원장의 ‘발언 독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시민단체 분석에 따르면 추 위원장과 최 위원장은 다른 의원보다 4배 이상 긴 시간 동안 마이크를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진행을 위한 발언이 많더라도, 두 사람의 발언 비중은 과도하다는 평가다.
이번 국감에서는 정책 논의보다 고성과 막말이 주를 이뤘다.
지난달 30일 법사위에서는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을 향해 “꽥꽥이”라고 했고, 곽 의원은 “서팔계”라고 맞받아쳤다. 과방위 국감에서는 민주당 김우영 의원이 “박정훈 의원이 나에게 ‘이 찌질한 놈아’라고 문자 보냈다”고 폭로하면서 양측이 “한심한 XX”, “옥상으로 따라와” 등 막말을 주고받았다.
운영위원회에서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여야가 끝까지 합의하지 못한 채 국감을 마쳤다. 증인·기관 채택 474곳 가운데 180곳은 단 한 차례 질의도 받지 못했다. 피감 기관 관계자들은 “하루 종일 대기하다 돌아가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감 기간(10월 13~30일) 동안 비판적 보도를 한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19건을 제소했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무차별적인 언중위 제소로 언론을 위축시키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특히 최민희 위원장이 6건, 추미애 위원장이 4건의 제소를 각각 직접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국감은 정책 대안보다 정쟁과 사적 논란으로 가득 차 ‘국감 무용론’까지 불러왔다. 여야의 충돌 속에 국민이 체감할 정책 논의는 사라졌고, 피감 기관은 ‘보여주기식’ 감사에 불만을 터뜨렸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는 “지금처럼 상임위원장의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여야가 정쟁만 반복한다면, 국감의 본래 취지는 사라질 것”이라며 “증인과 기관의 발언권을 보장하고, 제도적 균형을 잡는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