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법원은 판단 멈췄지만, 민주당은 흔들렸다
[더퍼블릭=김종연 기자] 대장동 개발비리 1심 판결이 이재명 대통령의 직접적 유죄 판단을 피하면서도 ‘보고·관여 정황’을 일부 인정하자, 더불어민주당이 불과 하루 만에 ‘재판중지법’ 추진을 철회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법원이 사실상 이 대통령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지 않으면서 여권의 방어 논리가 흔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강민구)는 대장동 개발 사건 1심 판결문 719쪽에서 이재명 대통령(당시 성남시장)의 이름을 390여 차례 언급하며 “대장동 사업의 주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성남시장이 사업 진행 상황을 보고받은 것은 자연스러운 직무 행위”라고 전제하면서도, “민간업자들과의 유착이나 금품 수수, 사업자 선정 과정에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했다.
다만 법원은 측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민간업자들로부터 3억1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 대통령이 유 전 본부장이나 정진상 전 실장을 통해 민간업자들이 재선에 도움을 준 사실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은 있다”고 명시했다.
결국 직접적 금전 수수의 증거는 부재하지만, 정치적·조직적 연결고리는 완전히 끊기지 않은 상태로 남은 셈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판결이 이재명 대통령의 법적 무죄를 확정한 게 아니라, 추가 입증 책임을 항소심으로 넘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판결 직후, 민주당은 2일 박수현 수석대변인을 통해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추진 방침을 발표했다. 이 법안은 대통령이 재임 중일 때 형사재판을 일시 정지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민주당은 이를 ‘국정 안정법’, ‘헌법 84조 수호법’이라 명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대장동 판결이 사실상 이 대통령의 관여 가능성을 남긴 상황에서, 민주당이 서둘러 방탄용 법안을 꺼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여권은 “법원이 ‘직접 증거 없음’이라 했지 ‘무죄’라 한 적은 없다”며 “판결 하루 만에 재판정지법을 꺼내든 것은 스스로 불안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민주당은 3일 오전 박 대변인이 “여론의 우려를 경청했다”며 법안 추진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실과의 통화 과정에서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피하자는 기류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일련의 흐름을 두고 “법원의 판단 유보가 정치의 ‘불안 신호’를 건드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도 “법원은 증거의 불충분을 이유로 판단을 미뤘지만, 사실상 ‘관여의 흔적은 있다’는 문구를 남겼다”며 “이 부분이 정치권의 과잉 반응을 자극한 것”이라고 했다.
야권 관계자는 “대장동 1심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면죄부가 아니라 숙제를 던진 판결”이라며 “민주당이 스스로 ‘재판중지법’을 꺼냈다가 하루 만에 접은 건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측은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보장하려는 법안이 왜곡됐다”며 “사법권 남용을 막자는 취지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