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훈풍+역대 실적'에도 4대 금융지주 주가는 '미적지근', 왜?
정부 가계대출 규제에 순이자마진 부진 영향 어닝 서프라이즈=주가상승, 효과 없나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코스피가 4100선을 돌파하며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금융주가 보합권에 머물며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이번주 '어닝 서프라이즈'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KB금융은 지난해 연간 순익(5조782억원)을 올 3분기 만에 뛰어넘었다. 신한금융은 전년(4조441억원) 대비 10.3% 늘어난 4조4609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하나금융그룹 역시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조43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지주는 3분기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1조2444억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증가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KB·하나·신한·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신한금융을 제외하면 이달 초 대비 하락 거래되고 있다. 통상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오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가총액 10위권이었던 KB금융의 경우 11위로 떨어졌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역시 보합권에 머물며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정부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본격화되면서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대출 성장이 4분기에 제약받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이달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4분기 국내은행 대출태도 종합지수는 마이너스(-) 14로 집계돼 2분기 이후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유지했다.
지수가 마이너스면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플러스면 문턱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부문별로는 ▲대기업(6) ▲중소기업(3) ▲가계주택(-28) ▲가계일반(-19) 등으로 가계부문을 중심으로 마이너스로 집계됐다.
여기에 최근 순이자마진(NIM)이 지속 하락한 것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KB금융의 3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96%로 전분기와 동일한 수준이다. 하나금융과 신한금융, 우리금융은 직전 분기 대비 0.0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금리 인하 기조 속에서 NIM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NIM은 올해 3분기 기준 3년(2022년 3분기)간 0.08~0.1%P 떨어졌다. 우리금융 3분기 NIM 역시 2년전에 비해 0.1%P 떨어졌다.
환율 변동성 확대 등 외부 요인도 실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금융지주들이 수수료 등 비이자수익 확대로 실적을 방어하고 있지만 아직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금융지주들은 밸류업 전략으로 일제히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한 주주환원율을 높여왔다.
하지만 비이자수입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등 사업 체질 개선이 없이는 4분기 긍정적 실적과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주요 금융지주들은 역대 실적 달성으로 주주환원율이 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환원율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액의 합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이다. 연간 벌어들인 돈의 얼마만큼을 주주 이익으로 나누는지를 보는 지표로, 주주환원율이 높을수록 주주 친화적인 기업이란 뜻이다.
하나금융은 실적 발표일에 3분기 현금 배당액(주당 920원)도 전 분기(913원)보다 늘렸다. 하나금융은 “‘2027년 주주환원율 50%’ 목표를 조기에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하나금융의 올해 주주환원액은 1조8000억원 내외”라며 “올해 4조1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경우 주주환원율은 지난해(38%)보다 큰 폭으로 개선된 44%를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동일한 목표를 제시했던 신한금융지주 역시 주주환원율 50% 조기 달성이 점쳐진다. 신한금융의 올해 주주환원율 추정치는 45.8%다.
KB금융지주는 국내 금융지주 중 최초로 올해 주주환원율이 50%를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39.8%였던 주주환원율은 올해 10%포인트 넘게 뛰어 54%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