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핵잠 건조 승인… ‘필라델피아 조선소’ 한화오션이 선택된 이유는

2025-10-31     홍찬영 기자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한국의 숙원 사업이던 핵추진 잠수함(핵잠) 건조가 마침내 현실화될 전망이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잠 개발을 공식 승인하면서, 건조 주관사로는 국내 특수선 강자인 한화오션이 낙점됐다.

한화오션은 잠수함 건조 실적과 미국 현지 조선소 보유 등에서 경쟁사보다 앞선 점이 선택 배경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한미 군사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한국이 구형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핵잠 연료로 쓰이는 농축우라늄 공급을 요청한 데 대한 즉각적 답변이다. 사실상 미국이 핵연료 제공을 허용함으로서 한국 해군의 오랜 과제였던 핵잠 개발의 마지막 관문이 열렸다는 평가다.

핵추진 잠수함은 디젤 엔진 대신 원자로(소형 원자력 발전 시스템)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군함이다. 한 번 연료를 충전하면 수년 동안 잠항할 수 있어 작전 지속시간이 사실상 무제한에 가깝고, 소음이 적어 탐지가 어렵다는 점에서 전략 자산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인도 등 극소수 국가만이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이 핵잠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사실상 ‘7번째 핵잠 보유국’으로 올라서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훌륭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핵잠을 건조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장소까지 언급했다.

해당 조선소는 한화오션이 지난해 인수한 ‘한화필리조선소’로, 330m 길이의 드라이독 두 곳과 1,700여 명의 인력을 갖춘 시설이다.

항공모함을 제외한 대부분의 군함을 건조할 수 있는 규모로, 소형원자로와 농축우라늄 탑재가 필요한 핵잠 건조에도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다만 정밀 설계와 원자로 설치 등 핵심 공정은 모기업인 한화오션이 직접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이 선택된 배경에는 현지 인프라뿐 아니라 잠수함 건조 경험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회사는 장보고급 Ⅰ·Ⅱ·Ⅲ를 모두 건조했으며, 국내 최다인 23척의 수주 실적과 인도네시아 수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 건조에서는 앞서 있지만, 잠수함 실적은 7척에 그친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필리조선소 인수를 통해 한미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에 참여해온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현지화 중심 전략’에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이번 낙점에 지정학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중국이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를 제재 리스트에 올리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의식해 반중(反中) 행보의 상징으로 한화를 지목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가 한국을 전략적 조선 파트너로 격상시키는 흐름 속에서, 한화오션은 정치적·산업적 의미를 동시에 얻게 됐다는 평가다.

한화오션 측은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께서 양국 간 핵심적이고 중요한 결단을 내린 것을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며 "한화는 첨단 수준의 조선 기술로 지원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