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조정안 합의… 車 숨통 트였지만, 반도체는 여전히 안갯속
車·부품 관세 25%→15% 인하, 업계 "최대 악재 해소" 반도체 '최혜국 대우' 제외… 대만·日·EU와 차별 우려 철강 50% 고율 관세 유지, 중소 제조업계 부담 지속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한미가 진통 끝에 지난 29일 관세 조정안에 합의했다. 자동차와 부품에 부과된 25%의 고율 관세가 15%로 낮아지면서 수출 비중이 큰 산업계의 부담이 크게 줄게 됐다. 다만 반도체, 철강 분야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최대 악재는 걷혔으나, 여전히 숙제가 남은 셈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번 협상의 핵심은 자동차다. 지난해 대미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한 차량·부품이 일본·유럽 연합(EU) 수준의 15%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한국 업체들은 지난 4월부터 미국이 일방적으로 부과한 25% 관세로 FTA 무관세 혜택을 잃었고, 일본·EU 경쟁사 대비 10%p 불리한 조건에서 판매를 이어가야 했다.
다만 시행 시점은 명확하지 않다. 업계는 내달 1일부터 소급 적용을 기대하지만, 일본의 전례를 들어 "가까운 특정 시점 이후 발효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은 지난달 9일 미국과 투자 관련 양해 각서(MOU)를 체결하고, 일주일 뒤인 16일 미 정부 관보에 게재되며 인하가 효력을 얻었다. 정부는 빠르게 소급 적용될 수 있도록 법적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의약품과 목재 제품은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았고, 항공기 부품·제네릭·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은 무관세로 확정됐다. 다만 반도체는 협상문 어디에도 '최혜국 대우' 문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은 반도체에도 명시적 최혜국 대우를 얻어냈고, EU 역시 "추후 부과되는 품목 관세는 최대 15%로 제한한다"는 조항을 확보한 바 있다.
정부는 반도체 관세에 대해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세부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이유다.
철강 관세도 그대로다. 미국은 철강·알루미늄에 50%의 고율 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올해 상반기 전년보다 11% 줄었다. 문제는 철강을 포함한 500여 개의 파생 제품에도 동일한 관세가 적용되는 것이다.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은 "피해가 누적되고 있지만 개선 신호가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편, 같은 날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참석자들은 협살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현대차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헌신에 감사드린다"며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품질·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기선 HD현대 회장도 "마스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에 더 유리한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