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웃고 철강은 울고…관세 협상 타결에 엇갈린 산업계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한미(韓美)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자동차 산업은 한숨을 돌렸지만, 철강 업계는 여전히 고율 관세의 벽 앞에 서게 됐다.
25%였던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15%로 낮아지며 수출 경쟁력 회복의 계기가 마련됐지만, 철강·알루미늄 품목은 50% 고율 관세가 유지돼 산업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3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이번 합의로 지난 4월부터 부과돼 온 한국산 자동차의 25% 고율 관세는 15%로 인하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상호 관세는 7월 30일 합의 이후 이미 15% 수준으로 인하돼 지속 적용하기로 했다”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한국은 일본·EU와 같은 수준의 관세 체계를 확보하게 됐다.
완성차 업계는 즉각 반색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타결에 이르기까지 헌신적으로 노력한 정부에 감사드린다”며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각적 방안과 함께 품질·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관세 인하가 발효되면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이 2조4000억 원, 기아는 1조6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낮은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라인업이 직접적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철강업계는 이번 협상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국가 안보를 명분 삼아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현대제철 등은 “25%도 감당하기 어려웠는데 50%로 재인상되면서 사실상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며 정부의 후속 지원책을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해당 관세 품목에 포함된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407종)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118억9000만 달러(약 16조5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중소 철강기업들의 타격이 크다. 대기업은 대체 수출선을 확보할 여지가 있지만, 중소 제조업체는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고 협상력이 약해 대응 여력이 부족하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자동차 업계는 숨통이 트였지만, 철강·알루미늄 중소기업은 여전히 벼랑 끝에 있다”며 “정부 차원의 보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산업계에선 이번 협상을 ‘부분적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이 보호무역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도 자동차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은 의미 있는 결과지만, 산업별 체감 온도 차는 뚜렷하기 떄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이 철강 도시권 ‘러스트벨트’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철강 부문 관세 완화는 당분간 요원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지역은 예전엔 자동차·철강 공장이 많아 ‘미국의 공장지대’로 불렸지만, 지금은 산업이 쇠퇴하면서 ‘녹슨 벨트’라는 별명이 붙었다.
공장 일자리가 줄어든 만큼 트럼프가 철강산업을 지키는 정책을 내세워야 표를 얻을 수 있는 지역이라, 당분간 철강 관세를 쉽게 낮추긴 어려울 거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