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경주]친미 단체 “법 지켜야” VS 반미 단체 ‘경찰통제 무시’

경주 도심서 '친미·반미' 집회 친미단체 자유대학 '합법시위' 강조 친미단체 가세연, 경찰통제 따라 환영식 진행취소 반미단체 힐튼호텔 인근서 경찰통제 무시 반미성향 대학생들, 경찰저지선 무시한채 행사장 주변진입

2025-10-30     최얼 기자
29알 경주시 노동동 봉황대 인근에서 보수단체가 트럼프 대통령을 환호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더퍼블릭=최얼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29일 경주 도심 곳곳에서 찬반시위가 잇따른 가운데, 특히 2030세대가 중심이된 보수단체 자유대학은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하면서 중국을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쯤 경주시 노동동 봉황대 인근에는 “윤 어게인(Yoon Again)”, “웰컴투 트럼프”등의 구호가 울렸다. 반중친미 시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반대할 때 쓰는 문구다.

2030이 주축이된 자유대학은 이곳에서 시위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인생네컷을 모방한 ‘윤과 네 컷’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증명사진을 찍는 부스를 만들었고,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사진으로 꾸민 거울을 만들기도 했다. 이외에도 참여자들은 이재명 대통령을 반대하는 ‘DO YOU KNOW CHINA LEE’,‘DO YOU KNOW CCP’,‘DO YOU KNOW A-WEB’등의 팻말을 제작했고, 미국 성조기를 나눠주기도 했다.

29알 경주시 노동동 봉황대 인근에서 보수단체가 트럼프 대통령을 환호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박준영 자유대학 대표가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박준영 자유대학 대표는 이곳에서 반중친미 메시지를 내비치면서도 질서와 법을 준수해줄 것을 거듭 요구했다. 박 대표는 “전 세계에서 중국을 싫어하는 나라가 많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그건 중국이 문제인거냐 중국을 싫어하는 사람이 문제인 것이냐”라며 “중국을 싫어하는 것은 혐중이라고 하면서, 미국을 싫어하거나 일본을 싫어하는것에 대해선 ‘혐미’,‘혐일’이란 얘기 안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미국을 싫어하거나 중국을 싫어하는 등의 시위는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걸 제재하거나 막아서는 것은 안된다. 저희 역시, 법을 준수하면서 합법적으로 시위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합법적인 시위진행도 당부했다.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도  경찰의 통제를 준수하고자, 당초 예정했던 환영식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유튜브를 통해서 밝혔다.  김세의 대표에 따르면, 당초 가세연 회원들은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이 머물 힐튼호텔 앞에서 환영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APEC 행사가 진행되는 보문로 일대에서 일제히 시위가 금지되자 이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29알 경주시 노동동 봉황대 인근에서 보수단체가 트럼프 대통령을 환호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반미단체는 경찰통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힐튼호텔 인근에서 반트럼프 시위를 진행했다. 경찰은 이에 현장에 경력 100여명을 투입해 이들에 대한 강제 해산에 나섰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경주 힐튼호텔 앞 도로에서 자주독립대학생시국농성단 소속 회원 20여명이 트럼프 미 대통령을 규탄하는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우리 국민 불법 체포·구금 사과하지 않는 트럼프 방한 반대한다', '트럼프의 날강도적인 3천500억달러 투자 강요 규탄한다'는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팻말을 들고 반트럼프 구호를 외쳤다.

동궁과 월지에서 경주박물관까지는 직선으로 400∼500m가량 떨어져 있으며, 시위대는 경찰 감시를 벗어나 왕복 4차선 도로를 따라 200∼300m를 달리며 이 지점까지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시위대의 도로 진입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정상회담장 안으로 들어간 뒤 발생했기 때문에 미국 측 경호 인력과의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시위대의 행사장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경력 700여명을 동원해 통제선을 구축했으며, 도로 점검 중단을 요구하는 경고 방송을 반복해서 내보내기 까지했다. 경찰의 저지선을 돌파한 행위는 ‘공무집행방해’나 ‘집시법’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29일 오후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국립경주박물관 인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반대하는 기습 시위대가 경찰저지선을 뚫고 정상회담장으로 질주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경찰에 따르면 APEC 기간인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경주 전역에서 20여 건의 집회가 신고됐으며 이 중 17건이 APEC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1만9000명의 인력과 사이드카 181대, 순찰차 156대를 투입하고 경주 도심 황리단길과 대릉원, 버스터미널 등 주요 지역을 ‘특별 치안 강화 구역’으로 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후 1시께 경주 예술의 전당에 도착하면서 도심 일대 교통은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경주 APEC’이 세계적인 행사인 만큼, 질서유지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