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경제 수장 경주 총집결… 관세 협상 교착 속 민간 외교 '총력'
美, APEC 기간 별도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개최 러트닉 상무장관, 4대 그룹 총수 포함 재계 인사와 협력 논의 "대규모 투자에 감사"… 관세 난항 속 협력 기류 복원 의도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한미 양국의 경제 수장과 주요 기업인들이 29일 경주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APEC 정상회의 기간 마련된 별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통해서다. 미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핵심 인사들이 직접 한국 재계 수뇌부를 초청, 양국 협력 구상을 논의하며 난항 중인 관세 협상에 숨통을 틔우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주재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참석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도 자리했다.
미국 측에선 울산 AI 데이터 센터 설립을 추진 중인 아마존 웹 서비스(AWS)의 맷 가먼 CEO, 알래스카 LNG 개발업체 글렌파른그룹의 브렌던 듀발 CEO, 방산·희토류 관련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의 핵심 동력"이라며 상호 협력 강화를 위한 실무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은 지난 8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포럼'의 답례 성격이 짙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직후 한국 기업들은 총 1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경주 회동은 그 연장선에서 미국이 '투자에 대한 감사'를 전하고 신뢰 복원을 도모하는 자리인 셈이다.
관세 협상이 여전히 교착 상태인 가운데 러트닉 장관이 직접 한국 재계 인사들을 초청한 건 협력에 우호적 환경을 만들기 위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미 행정부가 민간 네트워크를 활용, 분위기를 관리하려 한다는 것이다.
라운드테이블 종료 후에는 APEC 참석 차 경주를 찾은 한미 기업인 100여 명이 참여한 리셉션이 열렸다. 러트닉 장관과 김정관 장관이 각각 인사말을 하고, 스탠딩 만찬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현대차 성 김 사장, LG전자 조주완 사장, 네이버 최수연 CEO 등도 참석했다.
리셉션은 사실상 APEC CEO 서밋을 앞둔 양국 기업들의 교류 무대로 기능했다. 기업 간 개별 협의와 미 행정부 인사와의 비공식 접촉도 동시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날 밤 경주 화랑마을 어울마당에서는 'APEC 2025 CEO 서밋'의 막을 여는 환영 만찬이 열렸다. SK그룹 회장이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서밋 의장을 비롯해 김민석 국무총리, 마티아스 코만 OECD 사무총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600여 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번 서밋이 21세기 협력의 장이 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APEC CEO 서밋은 오는 31일까지 이어진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85명의 글로벌 기업 리더들이 연단에 올라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 지역 경제 통합 등 핵심 의제를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