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 그룹, 강남에 '위장 사무실' 차리고 韓 부동산 인력 모집 정황
면접 때까지 정체 숨기고 은밀히 접근 고급 콘도 한국 분양 총괄 제의 서울경찰청, 전담팀 44명 투입해 본격 수사 베트남 한국인 사망 사건 연관성도 조사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최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상 범죄의 배후 조직으로 지목된 '프린스그룹'이 강남 한복판에 위장 사무실을 차리고 국내 부동산 전문 인력을 포섭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프린스그룹의 부동산 계열사인 '프린스 리얼이스테이트그룹'은 올 상반기 국내 채용 사이트를 통해 '외국계 부동산개발회사 한국연락사무소 영업총괄'을 공개 채용했다.
채용 공고에는 한국 시장 개척 및 확장, 한국 지사 관리 등이 주요 업무로 명시됐으며, 자격 요건으로 7년 이상의 부동산 관련 마케팅 및 영업 실무 경력을 필수로 제시했다. 앞서 고액 월급을 미끼로 단순 텔레마케팅 인력을 모집했던 것과 달리, 전문 인력 확보를 노린 것이다.
채용 과정에서 회사 정체를 의도적으로 숨긴 정황도 드러났다. 실제 면접 참석자가 <국민일보>에 말한 내용에 따르면 면접관은 프린스 리얼이스테이트그룹이 개발한 프놈펜의 고급 콘도와 부동산을 한국인에게 분양하는 업무를 총괄할 것을 제의했으며, 고급 주택들을 한국에 판매할 방안과 전략을 구체적으로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무실 명의를 바꿔가며 국내에서 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월부터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 빌딩 16층에 '킹스맨 부동산 그룹'이란 이름으로 사무실을 운영해왔으며, 서울 중구 순화동에 자리했던 또 다른 사무실은 현재 임시 폐쇄됐다.
서울경찰청은 재외국민 실종·납치·감금 사건을 전담하는 TF팀을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20일 정례 기자 간담회에서 "범죄 혐의점이 포착되면 바로 내사,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강력 대응 의지를 밝힌 바 있다.
TF팀은 백승언 형사기동대장을 팀장으로 각 수사대 1개 팀, 사이버수사 2개 팀 등 총 44명으로 구성됐다. 일선 경찰서에 접수된 관련 사건을 도맡아 수사할 계획이며 현재까지 36건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14건은 사건을 종결하고ㅡ 나머지 22건을 수사 중이다.
TF팀은 캄보디아 취업 사기 등 유인 광고 게시글 삭제·차단 조치를 넘어 게시자 계좌, IP 추적에도 나섰다. 박 청장은 "채용 사이트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본다는 방침"이라며 "운영자가 불법 유인 광고인 줄 알면서도 삭제하지 않으면 방조범으로 보고 관련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프린스그룹은 온라인 금융 사기와 인신 매매, 불법 감금 및 고문 등에 가담한 혐의로 미국·영국 정부의 제재를 받은 국제 범죄 조직이다.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거점의 초고가 부동산을 보유하며 자산 은닉 및 자금 세탁 창구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캄보디아와 국경을 접한 베트남 지역에서 숨진 30대 한국인 여성 A씨 사건과 프린스그룹의 연관성도 조사 중이다. 사망 경위, 범죄 관련성 등을 들여다보면서 약물 복용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