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개연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자녀들, 사익편취 규제는 회피하면서 이익은 향유”…공정위에 조사 요청

2025-10-27     김영일 기자
2024년 5월 1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시민사회단체인 경제개혁연대(경개연)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자녀들이 티투프라이빗에쿼티(T2PE)와 흥국리츠운용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을 문제 삼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익제공행위 금지(사업기회 제공) 위반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태광그룹이 현재 추진하는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T2PE와 흥국리츠운용에 대해 이호진 전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을 소유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는 회피하면서, 이들에게 이익을 제공할 목적이라는 게 경개연의 지적이다.

27일 경개연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지난해 12월 사모펀드 운용사 T2PE를 설립했고, 지난 4월에는 부동산 자산관리 계열사 흥국리츠운용을 설립했다.

T2PE는 태광산업과 태광그룹 계열사 티시스가 각각 지분 41%, 이호진 전 회장의 자녀 이현준 씨와 이현나 씨가 각각 지분 9%씩 소유하고 있다. 홍국리츠운용 역시 티시스가 지분 82%, 이현준‧이현나 씨가 지분 9%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T2PE는 애경산업 인수를 위해 태광산업,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근 본계약을 체결했으며, 이에 따른 성과보수 등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흥국리츠운용도 지난 17일 흥국생명으로부터 흥국생명빌딩을 ‘세일-앤-리스백(sale and lease-back,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빌딩의 매입‧매각 시 수수료와 매각 차익에 따른 별도의 성과보수를 지급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경개연은 T2PE에 대해 “향후 태광산업을 비롯해 태광 계열사 투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사모펀드 운용사로서 구성한 투자조합으로부터 성과보수 등 상당한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흥국리츠운용에 대해선 “태광그룹은 일반적인 재산 증식의 한 방법으로 리츠 시장이 커지자 최근 리츠 사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했고, 그룹 계열사의 부동산 자산의 재구조화 지원이라는 안정적인 일감으로 성장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경개연은 “즉, T2PE와 흥국리츠운용이 영위하는 사업은 태광산업, 티시스 등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수행하고 있거나 장차 수행할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며 “T2PE와 흥국리츠운용의 지분을 소유하는 것은 장래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 기회를 소유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경개연은 그러면서 이호진 전 회장의 자녀들이 T2PE와 흥국리츠운용 지분 각 18%씩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꼬집었다.

경개연은 “현재 T2PE와 흥국리츠운용이 영위하는 사업은 태광그룹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사업 연관성이 있는 태광산업이나 계열사가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것이 회사와 태광그룹에 가장 이익이 되는 소유구조라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T2PE와 흥국리츠운용는 특수관계인이 각각 18%씩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이 지분을 소유해야 할 마땅한 이유나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오히려 특수관계인의 이익을 위해 이러한 소유구조를 만든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라고 의심했다.

경개연은 “T2PE와 흥국리츠운용이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로 매출이 급증하고 특수관계인들이 상당한 이익을 얻더라도,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각각 18% 이므로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중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나 일감몰아주기로는 제재하기 어렵다”고 했다.

사익편취 규제대상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중에서 총수 일가가 20% 이상 주식을 소유한 회사 또는 그 회사가 50%를 초과해 주식을 소유한 자회사다.

경개연은 이현준 씨와 이현나 씨가 태광그룹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 보유 지분이 없는 대신 티시스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인 것을 거론하며 “현재 T2PE와 흥국리츠운용의 소유구조는 공정거래법 사익편취 규제를 회피하면서. 이호진 전 회장의 자녀들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개연은 공정위를 향해 “T2PE와 흥국리츠운용의 지분 일부를 특수관계인들이 소유한 행위 자체는 사업기회 제공 행위 위반으로 충분히 의율할 수 있다”며, 관련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실제 경개연이 근거로 든 ‘법원 2025.6.26. 선고 2024두34382 판결’에 따르면, 사법부는 공정거래법상 사업 기회 제공 행위 규제에 대해 “특수관계인이 지배주주의 지위를 남용하여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로 하여금 계열회사가 수익성 높은 사업을 영위할 기회를 특수관계인에게 제공하게 하여 계열회사가 누려야 할 경제상 이익이 기업집단의 동일인이나 총수 일가와 같은 특수관계인에게 이전되는 것을 규제함으로써, 특수관계인이 그와 같은 사업으로부터 발생하는 부당한 이익으로 기업집단의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등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한 경제력 집중의 유지‧심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경개연은 “T2PE와 흥국리츠운용은 최근에 설립돼 본격적인 사업을 영위하기 시작한 단계로 볼 수 있지만, 그 지분구조로 볼 때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는 회피하면서 태광 특수관계인에게 이익을 제공할 목적이 있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태광산업 등 계열사의 핵심적인 사업 기회를 약탈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태광산업 등 계열사 운영 과정에서 회사가 당연히 가져가야 할 이익의 상당 부분을 특수관계인이 향유 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라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정위가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해 제대로 제재하지 못한다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부(富)의 이전을 차단하기 위해 마련한 공정거래법 조문은 결국 형해화되고 말 것”이라며 “이에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자녀들의 T2PE와 흥국리츠운용 지분 소유와 관련해 태광산업, 티시스 등의 사업기회 제공 의혹에 대해 신속하고 면밀한 조사를 실시, 위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중 제재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