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관세협상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 구성 두고 ‘난항’ 이어지자 원화 가치도 ‘하방 압력’
[더퍼블릭=김미희 기자]한미 관세협상이 조율 중인 가운데 우리나라와 미국이 주요 쟁점인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하락 중이다.
실제 막판 타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것도 하락세를 부치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 CNN과의 인터뷰에서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히는 등 정부 관계자들이 기대치를 낮추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가운데 현금 투자 비중에서 주로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8년에 걸쳐 연 250억달러씩 총 2000억달러 규모의 현금 투자를 요구하지만, 우리 측은 규모를 훨씬 줄이자는 입장을 고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한은에 따르면 외환시장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규모는 연간 150억∼200억달러 정도다. 이는 외환보유액을 허물거나 시장 조달을 많이 늘리지 않고 이자나 배당 등을 활용해 공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 200억 달러가 최대로 끌어모을 수 있는 금액인데, 250억달러씩 8년 분납 투자한다면 연 50억달러는 추가 부담이 되는 셈이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에 외환위기급 충격이 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민혁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연기금 해외투자 포트폴리오 증가액이 연간 300억∼400억달러 정도인데, 50억달러는 8분의 1∼6분의 1 수준에 해당한다”며 “조달 부담이 적다고 할 수 없고, 외환시장 내 수급 불균형을 야기해 환율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당장 ‘도장’을 찍을 수도 없다. 김서재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조달 가능하다는 수준에서 분할 투자하더라도 시장은 원화 가치 하락 압력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정부 중심의 현금 투자보다 민관 협력, 보증, 대출 등 간접 방식으로 투자가 진행돼야 외환시장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원화 가치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24일 전주 대비 17.2원 상승한 1,439.4원에 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 23일에는 장 중 1,441.5원까지 뛰면서 지난 4월 29일(장 중 고가 1,441.5원) 이후 약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4일 1,400원, 25일 1,410원을 연이어 넘어선 데 이어 이달 10일 1,430원, 23일 1,440원까지 뚫었다. 한미 관세협상이 길어지면서 불안감이 커지는 데 따라 환율이 수위를 높이는 양상이다.
원화는 이달 다른 주요국 통화 대비로도 가치 하락 폭이 컸다. 원화보다 더 떨어진 통화는 일본 엔(-3.12%)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