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3배 높은데"…주담대 금리가 중소기업 대출보다 높은 '금리 역전' 나타나
주담대 금리 중기대출보다 0.11%p 높아 정부 고강도 규제에 대출 시장 '금리 왜곡'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 금리보다 더 높은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들의 주담대 조이기와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따라 중소기업대출 금리가 더 낮은 추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지난 8월 신규 취급한 주담대 평균 금리는 연 4.06%로 지난 6~8월 신규 취급한 중소기업대출(보증서) 평균 금리(3.95%)보다 약 0.11%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 보증서 담보 대출 금리보다는 0.26~0.29%포인트 높았다. 보증서 담보 대출은 신용보증기금·지역신용보증재단 같은 보증기관 보증서가 담보로 붙어있는 대출을 말한다.
통상 기업·소상공인을 상대로 한 대출은 아파트 등을 담보로 잡은 가계 대출보다 부실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주담대에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매겨 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은행권 주담대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이다. 중소기업 대출(0.89%)은 이보다 연체율이 약 3배 높다. 개인 사업자 대출(0.78%) 연체율도 주택 담보 대출보다 2.6배 높다.
1년 전만 해도 은행들은 부실 위험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에 높은 금리를 매겼고, 아파트 등 담보가 있는 주담대에 가장 낮은 금리를 매겼다.
실제 작년 같은 기간의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는 중소기업 대출보다 0.89~1.47%포인트, 개인 사업자 대출보다는 0.74~1.32%포인트 낮았다.
하지만 이 같은 관행이 깨지고 주담대 금리가 더 높은 것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낮추는 식으로 주담대 금리를 높게 유지하고 있는 영향이다.
반면 중소기업대출 금리는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음에도 주담대 금리는 상승하는 '금리 역주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년 새 4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0.67~0.87%포인트, 개인사업자 대출 금리는 0.66~0.86%포인트 낮아졌다. 이 기간 주택 담보 대출 금리는 0.31~0.79%포인트 높아졌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포용금융' 확대 기조가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책인 '총량제 강화'로 일제히 주담대 옥죄기에 들어간 상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으로서는 최소 연말까지는 주택 담보 대출 금리를 낮출 유인이 없다"며 "가계 대출 영업을 늘릴 수는 없어 그나마 정책 기조에 맞는 중소기업 대출이나 개인 사업자 대출로 활로를 넓히느라 주담대 금리가 더 높은 금리 왜곡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