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도 결국 ‘탈원전’?...원전업계, 고리2호기 계속운영 미뤄지자 ‘하소연’

2025-10-26     최얼 기자
환경운동연합과 탈핵부산시민연대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정문에서 연 '고리2호기 수명연장 심의절차 정지 가처분 신청 접수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더퍼블릭=최얼 기자]2년 6개월 전 설계수명이 만료돼 가동이 중단 된 고리 원전 2호기의 계속운영(설계수명 연장) 결정이 또 다시 미뤄졌다.

25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23일 제223회 원안위 전체회의를 열고 부산 기장 고리 2호기가압경수로, 685MWe)의 계속 운전 허가 여부를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 회의에 재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고리 2호기 재가동 심사는 지난달 25일 제222회 원안위에 상정된 후 이번이 두 번째다.

원안위는 재가동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데 대해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관련 참고자료 제시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고리 2호기는 1978년에 건설허가를 받아 1983년부터 가동을 시작했으며, 2023년 4월 8일부로 40년의 설계수명이 만료됐다.

고리 2호기 재가동 심사가 계속 지연되면서 국내 노후 원전들의 계속운전 심사 일정도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28일과 올해 8월 6일 설계수명이 끝난 고리 3·4호기와 올해 12월 22일과 내년 9월 11일 설계수명이 끝나는 한빛 1·2호기 등의 계속운전 심사 일정도 줄줄이 밀리게 된 것이다.

안전성이 확보된 원전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재가동이 지연되면서 결국 막대한 재정 낭비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력을 생산하지 못해 발생하는 기회비용, 가동하지 않는 원전에 대한 유지 관리비 등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고리 2호기를 재가동하기 위한 설비 개선 비용을 1785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원안위의 이번 결정이 사실상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추진하는 이재명 정부의 '원전 홀대' 기조에 편승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원전 업계에서는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시즌2'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아울러 AI(인공지능)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력 수급에도 비상이 걸릴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앞서 "수십 메가와트(MW), 수십기가와트(GW)의 전력이 필요한데 원전을 삼십 몇 기 어디에 지을 것이냐"며 "안전성이 담보된 원전은 연장해 쓰되 신규 원전 대신 풍력·태양광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에서 새롭게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22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부처 출범 이후 첫 풍력 업계 간담회를 개최한 데 이어, 23일에도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태양광 관련 주요 협회 및 단체를 대상으로 연이틀 재생에너지 간담회를 개최했다.

김 장관은 "우리부는 탈탄소 전환의 선도부처로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의 조속한 이행에 전력을 다하겠다"며 "정부와 업계가 힘과 지혜를 모아 대한민국의 탈탄소 녹색문명 전환의 기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취임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원전 관련 행사를 주재하지 않았다. 지난달 9일엔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원전을 신규로 지을 것인가에 대해 국민의 공론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 그 의견을 12차 전기본에 담을 것"이라며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