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조선업 재건에 3조 3000억 투입… 2035년 건조량 두 배로 확대

이마바리조선 등 17개사 참여, 정부 차원 산업 재편 추진 트럼프 정부 해양 전략과 연계, 美中 갈등 속 입지 강화 노림수 한국·중국도 설비 확충 나서며 조선업 '삼국 경쟁' 본격화

2025-10-25     양원모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일본이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로 조선 산업 재건에 나선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조선업 부활 정책 기조를 계기로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시장 경쟁력을 되찾겠다는 의도다.

24일 외신에 따르면 일본 조선공업회는 전날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회의에서 3500억엔(약 3조 30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 계획을 보고했다. 일본 내 17개 조선사가 참여하는 이번 계획은 2035년까지 국가 전체 선박 건조량을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908만톤 수준이었던 연간 건조량을 1800만 톤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자민당은 지난 7월 조선업 현대화와 국립 조선소 설립을 위한 1조엔 규모의 민관 기금 조성안을 제시한 바 있다. 국립 조선소를 설립해 민간 기업에 임대하고, 생산 효율성과 연구 개발(R&D)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의 하나로 현지 조선업계 1위 이마바리조선과 2위 재팬마린유나이티드의 합병도 추진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해양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의 조선 및 해양 장비 분야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 조선업과 협력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제안한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에는 미국 내 조선소 설립 등 해양 부문 투자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중 조선업계는 일본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은 총 6581만 CGT였다. 중국이 70%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고, 한국이 17%, 일본이 5%로 뒤를 이었다. 세 나라가 전체 시장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섰다. 헝리조선소는 최근 26억 5400만 위안을 투자해 강철구조물 작업장과 육상 제조시 설을 확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의 자회사 후동중화조선은 180억 위안을 들여 새 조선소를 설립하고, 지난 5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CSSC는 2위 중국선박중공업그룹(CSIC)과 합병을 통해 조직 규모를 확대한 상태다.

한국도 산업 재편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HD현대는 전날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 안건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 해양 방산 부문과 시장 확대를 추진한다. 필리핀 수빅 조선소에서는 지난 9월 선박 건조가 재개됐고, 8월에는 베트남 두산비나를 2900억원에 인수해 기자재 생산 능력을 보강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정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를 제재한 건 조선 산업을 둘러싼 경쟁이 정치·외교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미·중 갈등 속 일본과 중국의 견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