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AI 칩' 또 품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반격 신호탄 될까

머스크 "AI5, 삼성과 TSMC 공동 생산"… 부활 실마리 AI 공급망 재편 속 삼성, 2나노 수율 회복하며 입지 강화 대형 고객사 잇단 확보로 점유율 반등 '가시권'

2025-10-24     양원모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자율주행용 인공지능(AI) 칩 'AI5' 생산 물량 일부를 추가로 따내며 파운드리 사업의 반전을 예고했다. 지난 7월 체결된 AI6 계약에 이어 테슬라 차량용 AI5까지 확보하면서 '기술 신뢰 회복'과 '수익 개선'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는 지난 22일(현지 시각) 열린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AI5 칩은 TSMC와 삼성전자가 모두 제조한다"고 밝혔다. 그간 AI4는 삼성, AI5는 TSMC, AI6는 다시 삼성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으나, 머스크의 발언으로 삼성은 'AI5 공동 생산'이라는 기회까지 확보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2022년 3나노 게이트 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처음 적용했지만, 낮은 수율로 시장 신뢰를 잃었다. 갤럭시S25용 엑시노스2500이 전량 퀄컴 칩으로 교체된 사건은 상징적 결과였다.

이후 삼성은 "속도보다 완성도"를 내세우며 1.4나노 양산 시점을 2029년으로 늦추고, 2나노 공정의 안정화에 집중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2나노 수율은 55~60% 수준까지 올라왔으며, 연말까지 7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슬라의 결정은 단순 물량 분배를 넘어선 공급망 재편 전략으로 읽힌다. 머스크는 "AI5 칩의 과잉 공급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첨단 공정 생산이 가능한 기업이 TSMC, 삼성전자, 인텔 세 곳뿐인 가운데 테슬라는 TSMC의 생산 능력이 포화 상태인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삼성의 라인을 선점해 앞으로 AI 칩 공급 주도권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TSMC의 2나노 단가 인상은 삼성전자에 반사 이익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퀄컴, 미디어텍 등 주요 팹리스 업체들이 삼성에 샘플을 전달하며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2분기 기준 7.3%로 TSMC(70.2%)와 격차가 크다. 다만 최근 대형 고객사를 잇따라 유치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영국 Arm은 삼성의 2나노 공정으로 제작된 서버용 칩 '네오버스 V3'를 발표했고, 애플은 텍사스 오스틴의 삼성 공장에서 새로운 칩 제조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AI 반도체 기업 딥엑스, 일본의 프리퍼드네트웍스(PFN) 등도 삼성에 2나노 칩을 주문했다. 엑시노스2600의 성능 개선도 긍정적 신호다. 송재혁 삼성전자 CTO는 최근 회의에서 "2나노 공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TSMC를 20%p 차까지 추격했던 삼성전자는 이후 시장 점유율이 10배 이상 벌어지며 부진에 빠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수율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고,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한다면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