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00피 앞두고 질주하자 슬그머니 고개 든 ‘빚투’…투자자예탁금도 역대 최고치 ‘경신’

2025-10-23     김미희 기자

[더퍼블릭=김미희 기자]국내 증시가 코스피 4.000피 달성을 목전에 두면서 자금이 증시로 몰리고 있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금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장중 3,900선을 뚫었다.

이에 다시 ‘빚투’(빚내서 투자)도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24조원을 넘어 2021년 10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80조6257억원으로 종전 최고치인 13일의 80조1901억원 기록을 갈아치웠다.

투자자예탁금은 고객이 증권사 계좌에 맡긴 잔액의 총합으로, 흔히 투자를 위한 ‘실탄’에 비유되며 주가 상승 기대에 비례해 늘어난다. 20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 종가 3,800선을 넘어 3,814.69에 마감했다. 투자자예탁금이 ‘80조원’ 고지를 넘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달 이전 역대 최대치는 2021년 5월 3일의 77조9018억원이었는데, 10일 76조원대였던 예탁금이 13일로 넘어가며 4조원이 급등해 80조원 선을 처음으로 뚫었다.

빚투 실적을 뜻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상승세를 거듭해 20일 기준 24조551억원을 기록하며 24조원 선을 돌파했다. 이 액수는 2021년 10월 7일 이래 최고치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행위로, 역시 상승장 상황 때 활발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의 최대 기록은 2021년 9월 13일의 25조6540억원이다.

빚투는 상승장 때 대출 ‘레버리지’(지렛대)를 써 수익을 늘릴 수 있다. 반면 이렇게 산 주식이 담보로 잡혀 자칫 변동장 땐 대규모 손해를 볼 위험이 커진다. 주가가 내려가 담보 가치가 부족해지면 증권사가 이 주식을 강제 매도(반대 매매)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7일 청년층과 50∼60대 중심으로 빚투가 대폭 늘고 있다며 무리한 차입 투자의 자제를 당부했지만, 빚투 증가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매수 주문을 하고 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주식을 처분당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이런 ‘위탁매매 미수금 중 반대매매액’은 13일 39억3000만원, 14일 56억6000만원이었다가 15일에는 99억2000만원으로 뛰었고 17일에는 108억6000만원까지 치솟았다.

20일 이 수치는 55억원으로 다시 내려간 상태다. 증권사는 주식 매수 뒤 2거래일까지 미수금을 내지 않으면 해당 주식을 강제로 팔아 ‘주문 취소’를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최근의 증가세는 증시 활황에 단기 외상으로 무리하게 매수했다가 주문 취소를 당한 이들이 늘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