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도마 위 오른 AI 허위 약 광고·청소년 약물 오남용 실태...“관리 체계 강화 필요”

2025-10-22     유수진 기자
국정감사서 질의에 답하는 오유경 식약처장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유수진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허위 약 광고,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오남용, 마운자로·위고비 등 비만치료제의 미성년자 처방 등 식약처의 전방위적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약 먹고 -5Kg 감량했어요”..AI 활용한 허위 광고 규제는 ‘미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생성된 비전문가를 내세워 허위 광고가 퍼지고 있다. 하지만 급격하게 발전하는 기술과 불법 광고업체의 규제 회피 속도를 정부가 따라잡지 못하면서 가짜 의약품 광고가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식약처 국감에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AI로 생성된 가짜 의사, 약사 등 ‘가짜 전문가’ 영상이 난무하고 있다”며 “국민 입장에서는 실제 전문가의 조언으로 오인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식약처가 AI 생성 허위 광고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피해를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며 “신기술로 만든 광고 영상은 단속보다 확산 속도가 빠를 수 있으므로 건기식 광고 사전 승인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AI로 만든 가짜 전문가 영상은 의사의 직접 광고를 규제하는 약사법, 식품표시광고법 등이 적용되지 않아 허점이 많다”고 했다.

이에 오유경 식약처장은 “AI 생성 가짜 전문가들이 소비자의 오인과 혼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AI 기반 광고는 정보 생성과 확산 속도가 매우 빨라 기존 대응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허위광고 관리 체계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공부 잘하는 약? 사실은 의료용 마약류”...ADHD 치료제 최근 5년 새 2배 ↑

이번 국감에서는 청소년 대상 의료용 마약류 처방 실태도 도마에 올랐다. 국회 감사 자료 등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의료용 마약류 처방량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며 올해 7000만정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의 과다 처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은 “인데놀(성분명 프로프라놀론)의 제품 설명서에 ‘만19세 미만에게는 안정성이 확립돼 있지 않아 투여하지 말라’고 명시돼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서 운영하는 의약품 적정사용정보(DUR) 시스템에는 인데놀이 ‘연령금기’ 품목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혼란이 많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인데놀의 주성분인 프로프라놀롤은 심장박동과 혈압을 낮추는 베타차단제로 고혈압과 부정맥 등 심혈관계 질환 치료제로 개발됐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고시를 통해 불안 증상과 편두통 예방에도 급여가 허용됐다.

최 의원은 “치료제를 ‘시험 대비약’으로 여기는 잘못된 인식이 소아·청소년들을 약물 오남용으로 내몰고 있다. 식약처가 스스로 소아 금기라고 적어놓고도 이를 현장 시스템에 반영하지 않은 것은 국민 안전을 외면한 행정 부실”이라고 지적하면서 “이상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는 만큼, 의학적 근거를 재검토하고 안전한 약물 관리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약이 소아·청소년은 학군지 중심으로, 성인층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처방이 확대되며 처방이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급증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식약처에서 제출 받은 자료를 근거로 “2023년 메틸페니데이트 비급여 처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체 비급여 환자 중 10대가 약 20%롤 가장 높게 나타났다. 청소년 처방량이 많은 상위 5개 지역이 ▲서울 강남구 ▲송파구 ▲서초구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라며 “이들 지역 모두 치열한 학업 경쟁으로 유명한 소위 학군지고 ADHD치료제가 학업 집중 수단으로 오남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급여 처방량 비율을 보면 50대 24%, 60대 32%, 70대 27%로 중장년층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처방량이 굉장히 높다. 그러나 메틸페니데이트 비급여 처방의 구체적인 사유를 확인할 수 없어 보건당국의 개입 부재 속에서 약물 오남용과 과다처방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면서 "비급여 처방의 사유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해 불필요한 오남용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운자로·위고비’ 다이어트 약 미성년자한테도 처방?...비만약 열풍 속 처방·유통은 ‘미흡’

마운자로와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가 투약 허가 기준을 지키지 않고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는 현실도 지적됐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만치료제가 성인에게 허가가 났는데도 10세 미만 등 미성년자에게 처방되거나 체질량 지수(BMI)를 체크하지 않는 등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는 출시 한 달 만에 만 18세 이하 처방 점검 건수가 12건에서 70건으로 6배 정도 증가했고, ‘위고비’는 지난해 2604건에 달했다”며 “비급여라 정확한 파악이 어렵지만 식약처가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직격했다.

이에 대해 오 처장은 “의료 현장에서 오남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오남용 우려 의약품’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은 일반적으로 의사의 처방이나 약사 관리 없이 사용할 경우 남용·중독·건강 위해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을 뜻한다. 식약처에서 오남용 우려가 있다고 보고 이를 인정해 품목을 지정하게 되면 해당 의약품은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에 ‘오·남용우려의약품’이라는 문자를 기재하고 의사의 처방전에 의해 판매하게 하는 제도다.

소 의원은 “병원 처방도 문제지만 온라인상의 불법 유통도 급격하게 늘고 부당 광고가 도를 넘었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 처장은 “마운자로와 위고비 (부당유통)에 대해 온라인 사이버 조작단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데 좀 더 비중을 갖고 살펴보겠다. 의약품안전관리원을 통해 부작용에 관해서도 심도 있게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