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머니' 뒤덮은 캄보디아… 관광국이 범죄 산업국으로
카지노·사기·인신매매가 얽힌 산업형 범죄 생태계 한국 자금·인력까지 빨아들이는 범죄 허브로 확산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앙코르와트와 해변 관광지로 알려진 캄보디아가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범죄 조직의 중심지로 변하고 있다. 라오스·미얀마에서 단속이 강화되자 중국 조직들은 인접국 캄보디아로 이동했고, 비슷한 시기 차이나 머니가 대거 유입되면서 범죄와 경제가 결합한 '범죄 산업국' 캄보디아가 탄생했다.
캄보디아는 이른바 '킬링필드' 이후 훈 센 전 총리 가문이 수십 년간 정권을 장악하면서 정·재계 유착과 상납 문화가 고착됐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는 캄보디아의 온라인 사기 산업이 "정부 내부 부패 네트워크의 비호 아래 성장했다"고 지적했다.
훈 센 정권의 버팀목은 중국이다. 중국은 2013년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통해 항만·도로·공항 건설 자금을 쏟아부었다. 현재 캄보디아 대외 부채 중 35% 이상이 중국 몫이다. 부패와 개도국 특유의 저임금 구조, 인력난이 겹치면서 치안력은 사실상 마비됐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프놈펜·시아누크빌 등 16개 지역의 범죄 단지 53곳 중 정부 개입으로 폐쇄된 곳이 단 2곳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는 사이 범죄 단지는 공권력보다 '뒷돈'과 '연줄'이 통하는 무법지대로 변했다. 남부 항구도시 시아누크빌은 이제 삼합회의 거점으로 불린다. 2018년 이곳에 삼합회 계열 조직 '14K'의 두목 완 콕코이(尹國駒)가 '홍문그룹'을 세웠다. '부러진 이빨'로 불리는 그는 조직원들을 감금·폭행하며 암호화폐 결제망을 통해 범죄 수익을 세탁했다. 홍문그룹은 2020년 12월 미 재무부 제재 명단에 올랐다.
이번에 논란이 된 프놈펜 '프린스그룹'도 부동산·카지노·금융업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사이버 사기와 인신매매를 주도한 조직으로 드러났다. 이 그룹과 천즈 회장은 지난 14일 미국·영국 정부의 합동 제재를 받았다. 유엔은 캄보디아 전역에서 최소 10만명 이상이 이 같은 온라인 사기 범죄에 동원된 것으로 추산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프린스그룹은 한국 은행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에 912억원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동결된 상태다.
중국 조직들은 이제 한국 관광객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인은 아시아권에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타깃'으로 분류돼, 사기 규모에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1년 113명이던 캄보디아 출국자와 한국 입국자 수의 차이는 2023년 2662명, 2024년 3248명으로 급증했다. 귀국하지 않는 이들 상당수는 범죄 조직에 가담하거나 피해자가 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 자금이 캄보디아로 흘러들어간 정황도 드러났다. 2019년 1조 6000억원의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는 실체가 불분명한 캄보디아 개발 사업에 1억 달러를 투자했으나, 자금 행방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최근에는 통일교와 희림종합건축사무소가 '건진 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메콩강 부지 개발과 신공항 건설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청탁한 혐의로 김건희 특검팀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