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불확실성 지속에 '환율 1400원 뉴노멀'…증권가 "내년도 1400원 안팎"
대미투자펀드 관련 협상부진에 원화 약세 고착 우려 이창용 "변동성 보고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굳히는 양상으로 보이자 '1400원 뉴노멀(새로운 표준)'이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미·중 무역갈등, 한미 무역협상 지연 등 대외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환율이 하락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환율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모양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1.2원 오른 1422.4원대에 오전 거래가 이어졌다.
환율 종가는 지난달 25일(1400.6원) 1400원을 돌파한 이후 9월 29일 하루(1398.7)를 제외하고는 1400원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환율의 상승세는 지난 7월 미국의 상호관세 협상 결과 이후 점차 이어졌다.
특히 최근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관련 방식을 두고 합의점을 찾기 못하면서 환율 시장의 충격이 확대됐다. 아울러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원화 가치는 추가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미중 무역긴장 완화에도 한미 협상 불확실성이 원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수출업체는 환율 추가 상승 리스크에 매도를 주저하는 반면 수입업체의 매수는 꾸준히 발생해 달러 수요 우위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3일 외환당국이 "경계감을 갖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및 내년 환율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NH투자은행은 4분기 평균 환율 전망치를 기존 1350원에서 138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도 기존 전망치(1370원)보다 20원 높은 1390원으로 올려잡았다. 우리은행은 4분기 평균환율을 1410원으로 예상했다.
상상인증권은 원·달러 평균 환율이 1441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1분기부터 4분기까지 각각 1370원, 1380원, 1390원, 1410원으로 점진적인 상승세를 예상했다.
iM증권은 "원·달러 환율은 달러 약세와 국내 증시 강세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았다"며 "한·미 간 관세 협상에 대한 경계감이 남아 있는 가운데, 환율은 좁은 박스권 내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원화 약세를 부추길 것으로 내다봤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무역갈등은 내년 상반기 정점에 달할 것"이라며 "원화는 이에 영향을 받아 약세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환율 상승 압력이 올해 연말로 갈수록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양적 긴축(QT) 종료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가 낮아질 경우 달러 강세가 완화되고, 원화 등 신흥국 통화에 대한 매수세가 일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우려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무역 불확실성은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며 "글로벌 교역과 주요국 제조업 업황이 저점을 통과하는 가운데 국내 교역조건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차를 두고 원화 강세 재료로 반영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한은에서 열린 2025년도 국정감사 인사말씀을 통해 "최근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 등으로 변동성이 다소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높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해 시장안정화 조치를 선제적으로 시행함으로써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적극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웃도는 상황에 대해 "지난 한 두달 사이 달러가 약세를 나타냈는데도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여러 원인을 점검하고 있다"며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체결되지 않은 점과 일본의 정치 상황 등이 이유"라고 평가했다.
또 "환율 수준보다는 변동성을 보고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3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