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대책 후폭풍… “4억 아파트 묶고, 30억 오피스텔은 자유” 시장 혼란 가중
서울·경기 230만 가구 규제… 실수요자·투자자 모두 ‘패닉’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도 37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등 이른바 ‘3중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주택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투기 수요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했지만, 실수요자까지 거래 제한에 묶이면서 시장 전반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규제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가구만 서울 156만 가구, 경기 74만 가구 등 총 230만 가구에 달한다. 특히 전세 세입자가 있는 주택은 전세 만기 전까지 매매가 불가능해 거래 절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년 실입주 의무·대출 축소… “거래 사실상 불가능”
이번 대책의 핵심은 실입주 의무 강화와 대출 축소다.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모든 아파트 매매 시 2년 실입주 의무를 부과해, 실거주 목적이 아닌 거래를 사실상 금지했다.
대출도 대폭 제한됐다. 시세 15억 원 이하 아파트는 기존처럼 최대 6억 원까지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지만, 15억 초과~25억 원 이하는 4억 원, 25억 원 초과는 2억 원으로 줄었다.
서울의 경우 15억 원 초과 아파트는 약 50만 7천 가구(전체의 32%)에 달한다. 이 중 강남구(64.1%), 서초구(60.9%)는 25억 원 초과 주택이 60%를 넘어 대출 축소에 따른 거래 위축이 불가피하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현금이 충분하지 않으면 고가주택을 살 수 없는 구조가 됐다”며 “거래가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도 과천(62.5%)과 분당(40.0%) 등 일부 지역도 고가 아파트 비중이 높아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외곽 4억 아파트 묶이고, 강남 30억 오피스텔은 자유”
규제의 형평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 도봉·강북·노원 등 외곽 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서민 지역까지 융단폭격을 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들 지역은 최근 3년간 집값이 여전히 하락세다. 도봉구는 -14.2%, 강북구 -10.8%, 노원구 -10.6%로 서울 평균값(12억 4천만 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강남권과 동일한 규제를 받게 됐다. 노원구의 한 주민은 “우리 지역은 투기 수요가 아니라 실수요자가 대부분인데, 정책이 현실을 외면했다”고 말했다.
반면 강남권의 수십억 원대 고급 오피스텔은 규제의 사각지대로 남았다. 오피스텔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나 대출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예컨대 도곡동 타워팰리스 오피스텔(시세 약 30억 원)이나 잠실 시그니엘(50억 원 이상)은 갭투자가 가능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자금이 고가 오피스텔로 몰리면 풍선효과가 재연될 수 있다”며 “정부가 투기 억제를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론 부자 시장만 열어둔 꼴”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발표 이틀 만에 내용 번복… “부처 간 엇박자”
정책 혼선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대책 발표 직후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비주택(오피스텔 등)도 대출비율(LTV)을 70%에서 40%로 낮춘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의 입장이 엇갈리며, 이틀 만에 “비주택은 기존 70%를 유지한다”고 정정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처 간 조율이 전혀 안 된 상태에서 발표가 이뤄졌다”며 “시장 신뢰를 떨어뜨리는 전형적인 악수”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는 ‘1억 원 초과 신용대출을 보유하면 1년간 규제지역 내 주택 구입이 제한된다’고 발표했지만, 대출 잔액이 아니라 설정 한도 기준으로 적용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즉, 사용하지 않는 마이너스통장이라도 한도가 1억 원을 넘으면 주택을 살 수 없다. 서민층 실수요자까지 묶이는 조치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전세대출 DSR 적용… “이젠 월세로 밀린다”
전세시장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수도권 전역의 전세자금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면서, 임차인의 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이에 따라 전세금이 부족한 세입자들은 중·소형 평형이나 외곽 지역으로 밀리거나, 월세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해졌다.
강동구 둔촌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자금이 줄면 세입자들은 어쩔 수 없이 월세로 돌릴 수밖에 없다”며 “은행 금리보다 높은 월세를 내야 해 서민 주거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전세대출 축소가 단기간에 전세시장 위축을 불러오고, 월세 전환이 급증하면서 주거비 부담이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 위축·자금 왜곡 불가피”… 풍선효과 우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 거래 절벽과 자금 경색을 초래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규제 사각지대로 자금이 이동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투기 수요보다 실수요자에게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정책 효과보다 거래 위축과 시장 경색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규제의 예외로 남은 고가 오피스텔이나 비규제 지역으로 투자자금이 몰리면 또 다른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정책의 정교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투기억제와 서민 보호라는 두 목표를 모두 달성하겠다”고 강조하지만, 시장에서는 “칼날이 실수요자에게 향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번 대책이 거래 절벽, 전세불안, 자금 왜곡이라는 ‘3중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