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누르고, 주가는 띄운다?… 이재명 정부의 양면 전략

“집 말고 주식 하라”는 신호?

2025-10-17     오두환 기자
정부가 최근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의 집값 과열에 대응하고자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연합뉴스]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이재명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직후,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은 다소 신중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시장과 실수요자, 소비자의 반응을 지켜보겠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은 주식시장이 더 활성화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메시지는 단순한 투자 독려가 아니라, 정부 자산정책의 방향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다.

규제 강화 + 시장 관망 = 자금의 이동 압력

10·15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고, 주담대 한도를 15억 초과 주택은 4억 원, 25억 초과는 2억 원으로 축소하는 등 강도 높은 수요 억제책을 담았다.

이러한 조치들은 사실상 주택 구매 여력을 제한하는 수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단지 집값 안정 전략이 아니라, 부동산 중심 자산 구조의 전환 시그널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부동산을 재테크 수단에서 배제하고 금융시장으로 유동성을 이동시키는 구조적 전환 정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말은 곧, 정부가 집을 사는 대신 ‘주식’ 같은 금융자산 쪽으로 자금이 흐르기를 기대한다는 뜻이다. 규제가 강화됨으로써 부동산 투자 여지는 줄고, 남는 유동성 수요의 향배가 주식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커진다.

대통령 “부동산 과대평가 … 일본 버블 경계”

앞서 14일 국무회의 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현재 부동산 시장은 과대평가되고 있다”며 “언젠가는 일본처럼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폭탄 돌리기 방식의 비정상 가격 형성은 결국 국가에 위험”이라며 시장 교란 행위를 엄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발언은 단순한 메시지를 넘어 정책 철학을 드러낸다. 정부는 더 이상 부동산 가격 상승을 통한 자산 축적 구조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금융·증권 쪽 자산이 메우길 기대한다는 게 현재의 기조다.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전략이냐 묵시적 유도냐, 민심 향배는?

이처럼 정부는 부동산 규제 강화와 주식시장 활성화 의지를 동시에 노출시켰다. 그러나 이 전략엔 분명한 리스크도 존재한다.

첫째, 규제가 너무 급격하면 부동산 거래 절벽이 발생할 수 있다. 거래가 막히면 자산 유동성이 줄어들고, 시장 불안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둘째, 주식시장은 이미 변동성이 크고 불확실성이 많은 영역이다.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를 금융으로 전환하자고 독려하면서도, 시장이 흔들릴 경우 투자자 불안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또한 국민 정서 측면에서도 ‘주식밖에 선택지가 없는가’라는 반감이 생길 수 있다. 주택은 생활과 연결된 자산이지만, 주식은 보다 위험 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정부가 ‘집 걱정 줄이기’보다 ‘주식 투자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이 될 경우 정치적 부담도 적지 않다.

시장 반응 그리고 후속 조치

앞으로 주목할 점은 세 가지다. 실수요자와 일반 투자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 주식시장 유입 자금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유입되느냐, 세제 개편과 감독 강화 방안이 어느 정도로 추진되느냐다.

이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예고했으며, 투자처 다변화를 위한 체질 개선 의지도 밝힌 바 있다.

규제와 유도 사이의 줄타기. 이재명 정부의 자산정책 실험은 이제 막 시작됐다. 주택과 주식 사이, 국민의 선택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운명도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