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근대화의 씨앗' 파독 근로자 기리다... 제2회 파독근로자의 날 기념행사 성료
(사)파독근로자복지재단 주최로 '제2회 파독근로자의 날 기념행사'가 지난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국내외 파독 광부, 간호사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
[더퍼블릭=정진철 기자] (사)파독근로자복지재단(이사장 손병덕) 주최로 '제2회 파독근로자의 날 기념행사'가 지난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국내외 파독 광부, 간호사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는 1960~70년대 대한민국의 경제 도약을 이끈 파독 1세대들의 희생과 헌신을 재조명하고, 국가적 예우와 관심이 절실함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손상대TV와 양자터협동조합이 후원사로 참여해 파독 근로자들에게 화장품, 치약, 고급 단백질 음료 등을 전달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들의 따뜻한 나눔은 행사 분위기를 한층 더 훈훈하게 만들었다.
광부 출신인 손병덕 이사장은 개회선언을 통해 파독 근로자들의 놀라운 기여와 현 세대의 어려운 현실을 설명했다. 1963년부터 1977년까지 약 2만여 명이 독일에 파견되었으며, 당시 한국이 독일로부터 산업 개발 차관을 얻는 과정에서 파독 광부들이 '담보'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송금한 외화는 연간 5천만 불로, 당시 우리나라 총생산(GNP)의 약 5%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었으며, 이는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 산업화의 '씨앗돈'이 되었다.
그러나 손 이사장은 "월급의 80%를 조국으로 보내고 남은 20%로 겨우 생활했던" 파독 1세대들이 현재 평균 연령 80세로 고령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로부터 실질적인 혜택이나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가와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간절히 호소했다. 손 이사장은 사비 41억 원을 들여 복지재단을 설립했으며, 현재 추진 중인 파독근로자 복지센터 건립이 일부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환영사에 나선 김재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전 주독일 대사)은 파독 근로자들이 "국가적으로 큰 위기에서 위기 타개를 위해 노력한 가장 첫 번째 케이스"였다며, 이들의 희생이 6·70년대 베트남 파견 및 중동 진출로 이어져 대한민국을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발전시킨 근원적 힘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동복 자유대한원로회의 대표는 "파독 근로자들의 역할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행사가 민간의 노력으로만 진행되고 정부의 참여 흔적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대해 "부끄럽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은 서면 환영사를 통해 파독 근로자들의 외화가 "대한민국 산업화의 마중물"이었음을 인정하며, 재외동포청이 고령의 파독 근로자들이 존중과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손상대TV 대표는 축사를 통해 파독 근로자들의 희생과 노고를 오래도록 잊고 살았던 점에 대해 죄송함을 표하며, 파독 근로자들의 현실을 알게 된 후 이들을 돕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만든 협동조합을 통해 참전용사 등과 함께 파독 근로자 복지재단 지원을 시작했음을 알렸다.
손 대표는 "대한민국 교육이 근대 역사를 다 잊어버렸다"며, 젊은 세대들이 파독 근로자들의 희생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세계 7대 경제대국'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강연과 광장 연설 등을 통해 젊은 세대들에게 이들의 공헌을 알리겠다고 다짐하며, 정부가 챙기지 못하더라도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지고 챙겨나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한, 참석자들의 건강을 위한 선물 등을 준비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날 행사는 내빈 소개, 환영사, 축사 외에도 파독 근로자들의 노고를 기리는 만찬과 피아노 트리오, 소프라노, 테너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로 이어지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특히 영화사 트루스코리아는 파독 근로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 <하보우만의 약속>을 소개하며 후세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병덕 이사장은 폐회 인사를 통해 "내년에는 좀 더 신경 써서 잘 모시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하며, 귀한 걸음을 해준 참석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