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임직원들 차명 주식거래 '덜미'…'솜방망이' 처벌 도마 위

5년 간 3600건 거래, 금액만 76억 원 대부분 경고·감봉·과태료 등 처분 "재발 방지 위한 통합 관리체계 필요"

2025-10-13     안은혜 기자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증권사 임직원 수십명이 최근 5년 간 타인 명의의 계좌로 3000개가 넘는 종목을 거래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거래 규모는 70억 원 이상에 달했지만 형사고발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이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차명거래로 적발된 증권사·자산운용사 소속 임직원은 56명으로, 이들이 거래한 종목만 총 3654개에 달했다. 

투자 원금은 76억7500만 원 가량이다.

메리츠증권이 1711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삼성증권 1071개, 하나증권 444개 순이었다. 증권사별로 삼성증권의 위반 행위자 수가 22명으로 가장 많았다. 거래 금액은 21억3000만 원이다. 

이 중 4명이 정직 3개월 및 과태료 상당의 조치를 받았으며 그 외에 감봉, 견책, 과태료 등 조치를 받았다. 

메리츠증권 임직원 16명도 매매 제한 위반으로 적발됐다. 이 중 5명이 정직 3월 및 과태료 처분을 받았고 그 외엔 감봉, 견책, 과태료 등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하나증권(7건), 신한투자증권(3건), iM증권(2건), 한국투자증권(2건), 교보증권(1건), 대신증권(1건), 미래에셋증권(1건) 임직원들이 적발됐다.

이들 중 면직 상당의 제재를 받은 직원은 1명에 그쳤으며 대다수는 감봉, 견책 상당의 조치를 받은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증권은 2022년 퇴직자 6명이 403개 종목(거래금액 16억3000만원)을 차명으로 매매했지만, 회사는 ‘정직 3개월 상당’으로만 처리했다.

대신증권은 퇴직자라는 이유로 '면직 상당' 조치 후 종결 처리됐고, 교보증권은 감봉 3개월과 과태료 800만원, 신한투자증권은 과태료 300만~1400만원에 그쳤다.

자본시장법 제63조는 금융투자업자 임직원이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하는 경우 자기 명의로 매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임직원이 가족이나 제3자 이름을 빌리는 방식으로 몰래 거래를 이어왔다.

분기별로는 거래 내역을 회사에 신고해야 한다. 불공정거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빈번히 발생하는 임직원 차명거래는 관련 제재 조치가 미미해 재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금융투자업계의 불법행위를 감시해야 하는 금융 당국의 경우도 관련 규정을 위반해 적발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주식투자 관련 규정을 위반해 적발된 금감원 임직원 수는 총 113명이었다.

현행법상 금감원 임직원은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을 사고팔 때 1개 증권사만 이용할 수 있으며, 계좌개설 사실이나 매매현황 등을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신고하지 않은 계좌로 공모주를 배정받아 매매하거나, 보고를 누락한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 역시 '솜방망이' 수준이다. 면직 등 중징계를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 경고·주의 처분이었다. 

추경호 의원은 "임직원 차명거래는 금융투자업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다수 증권사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경징계로 마무리되는 것은 제도 미비로 볼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재발 방지를 위한 통합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퇴직자 여부와 상관없이 형사책임을 명확히 묻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