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양평 공무원, 죽기전 메모에 “정해놓은 답 강요”…김건희 특검은 반박

2025-10-12     최얼 기자
민중기 특검과 양평군청 공무원 A씨의 메모

[더퍼블릭=최얼 기자]‘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으로 김건희 특검팀 수사를 받던 경기 양평군청 공무원 A씨가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이를 맡은 특검의 강압수사 여부가 정치권의 주요 관심사다.

무엇보다 A씨가 생전 작성한 자필 메모에는 “계속되는 (특검 측) 회유와 강압에 지치고 힘들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특검 측이 “강압적인 수사는 없었다”고 이를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건의 개요를 살펴보자. A씨는 지난 2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김건희 특검에 출석하면서 첫 특검 조사를 받았다. 그는 야간 조사를 받고 3일 새벽 1시 15분 귀가했고, 새벽 3시 20분쯤 집에서 자필로 당시 괴로운 심경이 담긴 메모를 작성했다. 이 메모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공개했다.

A씨는 메모에서 “특검 처음 조사받는 날 너무 힘들고 지친다. 이 세상을 등지고 싶다. 수사관의 무시 말투와 강압에 전혀 기억도 없는 진술을 했다”며 “계속된 진술 요구 강압에, 군수(郡守) 지시는 별도로 없었다고 해도 계속 추궁했고 기억도 없는 대답을 했다. 바보인가 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선교 의원은 잘못도 없는데 계속 회유하고 지목하라 한다”고 썼다. 특검이 김 의원의 지시로 김 여사 일가에 특혜를 줬다는 진술을 강요했다는 주장이다. 양평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소속 김 의원도 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

A씨는 2016년 당시 양평군청 주민지원과 지가관리팀장으로, 개발 부담금 관련 업무를 맡았다. 당시 양평군수는 김선교 의원이었다. 공흥지구 특혜 의혹은 김건희 여사 가족 기업인 이에스아이앤디(ESI&D)가 2011~2016년 양평군 공흥리 일대 개발 사업을 하면서 양평군으로부터 개발 부담금 면제 등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즉 2016년 김건희 여사 일가에 김선교 의원이 특혜를 준게 아니냐는 취지로, 특검이 자신을 강압수사 했다는게 A씨 주장의 주요골자인 것이다. 실제 A씨는 메모에서 검찰의 강압수사 정황을 여럿 주장했다.

A씨는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계속 수사를 하면서 집에 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진술서 내용도 임의로 작성해 답을 강요했다” “수사관들이 정해서 요구하며 빨리 (진술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계속 강요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집에 와서 보니 참 한심스럽다. 잠도 안 오고 아무 생각이 없다. 이렇게 치욕을 당하고 직장 생활도 삶도 귀찮다. 정말 힘들다”며, 자신의 심경을 토로한다.

A씨 변호를 맡은 박경호 변호사는 “A씨가 억지 진술을 한 데다, 자기가 모른다며 답변하지 않은 내용도 답변한 것으로 진술서에 적혀 있어 심리적 압박이 컸던 것 같다”며 “앞서 경찰에서 수사가 종결된 터라 A씨가 가볍게 생각하고 변호인 없이 혼자 조사받으러 갔다가 이런 일이 생겼다”고 했다. 이에 박 변호사는 특검 관계자들을 직권남용 등으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한다.

반면 특검은 “다른 공무원 등을 상대로 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한 내용의 진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인 조사는 강압적인 분위기도 아니었고 회유할 필요도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