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만호 공급, 의지는 크지만 현실은 냉정…‘LH 재정·민간참여’가 변수
[더퍼블릭=홍찬영 기자]정부가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수도권에 135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히며 대규모 공급 드라이브에 나섰지만 공공의 재정 여력과 행정 추진력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공급계획은 신규택지 확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역세권 고밀개발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수도권 중심의 공급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이를 통해 5년간 연평균 27만호를 공급, 총 135만호의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정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통해 공공택지 매각을 최소화하고 직접 시행 비중을 늘려 공급 속도와 물량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공공기관 유휴부지와 노후 공공임대, 청사, 미사용 학교 부지 등 도심 내 가용 토지를 활용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전략도 병행하기로 했다.
다만 최근 대한건설정책연구원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잇따른 보고서를 통해 “공공 주도만으로는공급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간이 사업성을 확보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착공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LH의 집행력만으로는 목표 물량을 맞추기 어렵다”며 “공공이 인허가와 기반시설을 책임지고, 민간이 자금과 시공을 담당할 수 있도록 유연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LH는 현재 16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어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LH의 부채는 160조1055억원, 부채비율은 217.7%에 달한다. 올해 말에는 17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돼, 공공주도 공급 확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여기에 비수도권에 대한 고려 부족도 한계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수도권 중심의 단기 착공에 초점을 맞추면서, 지역균형발전과 광역교통망, 산업·일자리 연계 전략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동시에 성장시키는 ‘다핵화 공급 전략’과, 지역 맞춤형 정비·재생·공공임대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월세 시장 관리 역시 보완 과제로 남았다. 정부가 공공분양·공공임대 조기 착공과 신축매입임대 공급을 추진 중이지만, 전세대출 한도 일원화나 임대사업자 대출 제한에 대한 보완책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민간 임대주택 재고 확대를 위한 금융·세제 유인책이 함께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급 목표 달성을 위해선 단순한 물량 제시를 넘어, 공공과 민간의 현실적인 역할 분담과 실수요자 보호가 병행돼야 한다”며 “단기 안정과 중장기 균형을 함께 고려한 정책 설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