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까지 50% 고율 관세 예고…철강업계, 글로벌 압박 속 ‘수출 방어전’ 돌입

2025-10-10     홍찬영 기자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철강 수입에 50%의 고율 관세를 예고했다. 무관세 수입할당량(쿼터)까지 절반으로 줄이면서 한국 철강업계의 수출길이 한층 좁아질 전망이다. 업계는 열연·냉연 등 주력 제품군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정부는 FTA 협상과 수출보증 지원책을 병행해 대응에 나섰다.

1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철강 시장 공급과잉 대응’을 명분으로 새 관세 제도 초안을 발표했다.

이는 내년 6월 종료 예정인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제도를 대체하는 조치로, 모든 수입 철강 제품의 연간 무관세 수입한도를 기존보다 47% 줄이고, 한도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EU는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에 맞서 세이프가드 제도를 도입했으나, 세계무역기구(WTO)가 정한 8년 시한이 끝나가면서 새로운 보호조치를 마련한 것이다. 유럽 내부에서는 값싼 중국산 철강이 대거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한국이다. EU는 미국과 함께 한국 철강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EU 철강 수출액은 44억8000만 달러(약 6조3000억 원)로, 대미 수출(43억5000만 달러)보다 많았다. 두 시장이 동시에 고율 관세를 시행할 경우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미 미국의 50% 관세 시행 이후 국내 철강 수출은 감소세가 뚜렷한 상황이란 것도 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철강 수출은 5월 -12.4%, 6월 -8.2%, 7월 -3%, 8월 -15.4% 등으로 매달 하락폭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EU의 쿼터 축소까지 더해지면 수출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타격이 예상되는 품목은 열연·냉연·아연도금강판 등이다. 이들 제품은 한국의 대EU 수출 중 55%를 차지하며, 이번 조치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EU 쿼터가 줄면 수출 물량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현지 생산을 늘리더라도 단기적인 충격은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EU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을 일정 부분 우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만큼, 정부는 이를 근거로 국가별 쿼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조만간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을 만나 한국의 우려를 전달하고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9일 인천항을 찾아 “약 4000억 원 규모의 ‘철강 수출공급망 강화 보증상품’을 신설해 기업들의 자금 부담을 덜겠다”며 “수소환원제철·특수탄소강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산업 전환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민관 합동 대책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