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00원대 ‘비상’…‘대미투자’ 통화 스와프 교착에 외환시장 불안

2025-10-05     김영일 기자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넉 달 반 만에 다시 1,400원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발 달러 강세와 함께, 3,500억 달러(약 493조 원) 규모의 한국 대미 투자와 관련한 한미 통화스와프 협상 교착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4일 서울 외환시장 등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야간 거래 기준 1,407.0원에 마감했다. 주간 평균 환율은 1,403.33원으로,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1,400원대를 기록했다. 이로써 환율은 4거래일 연속 1,400원대 흐름을 이어갔다.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 크게 두 가지 요인을 꼽고 있다.

첫째는 달러 강세다. 미국 연방정부가 이달 1일부터 셧다운(일시 업무중단)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셧다운 장기화 시 안전자산 선호가 커져 달러 강세가 심화되고, 이는 원화 약세로 직결된다.

둘째는 대미 투자 관련 통화스와프 협상 지연이다. 정부는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에 앞서 한도와 만기 제한이 없는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을 추진하고 있으나, 미국 측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3,500억 달러는 한국 외환보유액(8월 말 기준 4,162억 달러)의 약 84%에 달하는 규모다. 이 자금이 한꺼번에 미국에 투자될 경우 국내 외환시장은 심각한 달러 유동성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곧 수입물가 상승과 실물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대미 투자와 관련한 구체적인 협의가 지연되고 있고, 통화스와프 체결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미국의 긍정적인 회신 없이는 원화 강세 전환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 역시 “코스피 최고치, 수출 호조 등 환율 하락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 관세 협상과 스와프 협상 교착이 환율을 고점에 묶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정부는 이달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외교적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 협상에 물꼬를 트고, 대미 투자와 관련한 양해각서(MOU) 체결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관건은 정부의 외교적 설득력과 미국의 태도 변화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통화스와프 체결 여부는 단순한 유동성 안정뿐 아니라 시장 신뢰를 지키는 핵심 변수로 꼽히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등락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APEC 정상회의 전후로 협상 윤곽이 드러날 경우, 환율이 현재의 박스권을 벗어나 방향성을 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