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추석 밥상머리 화두 ‘검찰청 셧다운’…누구를 위한 해체인가?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지난 7월 1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정청래 의원은 KBS라디오 ‘전격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추석 전 귀향길에 검찰청 폐지 소식을 들려주겠다. 두 달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 8‧2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추석 귀향길에서 검찰청이 폐지됐다는 뉴스를 전해드리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실제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내용 등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이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 주도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지난달 30일에는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심의‧의결됐다. 이에 따라 1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10월 2일, 검찰 업무 중 수사를 담당하는 중수청과 기소를 전담하는 공소청이 설치될 예정이다. 이로써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인 내년 10월 문을 닫게 된다.
현재 검찰에는 약 8,000명의 검사와 수사관 등이 근무 중이다. 누군가에게는 검찰청 폐지가 기쁠지 모르겠지만, 검찰 공무원과 그 가족들에게는 추석 귀향길에 전해지는 폐지 소식이 매우 충격적이고 불안한 뉴스일 것이다.
국민 대부분은 평생 검사와 직접 마주칠 일이 거의 없기에, 검찰청 폐지가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여길 수 있다. 그러나 검찰청 폐지로 인해 ▶계좌추적과 통신영장을 활용한 마약 조직 수사 ▶신속한 계좌 동결이 필요한 보이스피싱 대응 ▶피해자 보호와 엄정한 법 적용이 중요한 스토킹·성범죄 수사 등, 민생범죄 대응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이번 추석, 검찰청 폐지 뉴스는 명절 밥상머리의 주요 화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더퍼블릭>이 검찰 조직이 맞닥뜨린 생존권 박탈 위기에 대해 짚어봤다.
수사권·기소권 분리 본격화…검찰청 해체되고 ‘중수청·공소청’ 뜬다!
검찰청 폐지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내년 10월부터 검찰청은 폐지되고, 수사 기능은 중수청, 기소 기능은 공소청으로 분리돼 운영될 예정이다.
이번 개편은 검찰이 가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겠다는 게 핵심인데, 중수청의 경우 기존 검찰이 맡았던 부패‧경제‧선거범죄 등 중대범죄 수사를 전담하게 된다.
중대범죄 수사를 맡게 되는 만큼,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들이 우선적으로 중수청에 배치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문제는 중수청이 행정안전부 소속 수사기관으로 설치될 예정이라 검사 신분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다.
집권세력이 주도한 이번 검찰 개편은 검사가 더 이상 수사와 기소 권한을 동시에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인 탓에, 행안부 산하에 설치될 중수청은 ‘사법경찰기관’으로 규정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이곳에 배치될 인원은 검사 계급장을 뗀 수사관 신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산하에 신설되는 공소청은 경찰‧중수청 등 수사기관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기소한 사건의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게 되므로, 이곳에 배치된 인원은 검사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헌법 제12조 제3항은 영장 청구 주체를 검사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소청 검사는 수사기관이 신청한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는 영장 청구도 전담할 예정이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신설이라는 큰 틀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인력 구성과 직무 범위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실제 시행을 위해서는 기존 검찰을 전제로 한 관련 법령과 하위 규정을 공소청·중수청 체계에 맞춰 전면 수정해야 한다.
검찰청 폐지 및 공소청‧중수청 설치 시행에 1년이라는 유예 기간을 둔 이유다.
검찰청 해체 찬반 여론…추석 민심 갈라놓는다!
검찰청 폐지는 주로 집권세력 등 좌파 진영에서 찬성하고 있는데, 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검찰이 수사권‧기소권‧영장 청구권 등 과도한 권력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의 과도한 권한은 정치적 중립성 훼손, 권한 남용, 선택적 수사, 기소 편의주의 등 여러 문제를 초래해 왔기 때문에 이번 개편을 통해 폐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들은 일부 해외 선진국의 경우 수사·기소 권한을 분리하거나 견제 장치를 갖추는 등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은 문재인 정부 때 미완에 그쳤던 검찰 개편 목표를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단계라는 주장도 나온다.
검찰청 폐지 반대 목소리는 당연히 당사자인 검찰과 법조계 일각, 그리고 제1야당을 비롯한 우파 진영에서 제기된다.
이들은 마약·보이스피싱·성범죄·금융범죄‧대기업 및 공직 비리 등 중대범죄 수사에서 검찰이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이 분산되거나 유실돼, 수사 역량이 크게 약화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건 처리도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사기관(중수청)과 기소기관(공소청)이 분리됨에 따라 수사 미진 시 사건을 이첩 하거나 보완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수사 지연이 발생하는 등 피해자 구제가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사와 기소가 따로 놀게 돼 법정에서 피해자 보호 진술 누락이나 증거 제출 지연 등 공소 유지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수청이 경찰을 지휘‧감독하는 행안부에 설치되는 탓에, 치안 및 수사 권력이 행안부에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헌법에 검찰총장과 검사의 직제가 명시돼 있는 만큼, 하위 법률인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검찰청을 폐지하거나 권한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검찰 동우회와 역대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등이 헌법소원을 예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집권세력이 검찰청을 해체하려는 이유…검찰의 습성, 임기 초 ‘권력의 충견’→임기 말 권력 사냥하는 ‘사냥개’
평생 검사를 만날 일이 거의 없는 상당수의 국민들 사이에선 집권당이 주도한 검찰청 폐지를 두고 실질적인 체감 효과보다는, 마약·보이스피싱·성범죄 등 민생범죄 수사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는 검찰청 폐지가 국민 일상과는 동떨어진 조치처럼 보일 수 있다.
특히 야권 일각에서는 ‘수술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데, 아예 장기를 들어내는 격’에 비유하며, 정치적 목적이 깔린 조치라는 의심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즉, 집권세력이 정권에 대한 수사를 차단하기 위해 검찰을 구조적으로 무력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
검찰청 폐지를 찬성하는 측 주장대로, 대한민국 검찰은 범죄 사건을 수사할 권리인 수사권, 수사 과정에서 체포‧구속‧압수‧수색 등에 필요한 영장을 법관에게 청구할 수 있는 영장청구권, 수사가 완료된 사건을 재판에 넘기는 기소권 등을 갖고 있는 무소불위의 사정기관인 건 맞다.
이런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찰도 국민투표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인사권을 쥐고 있는 탓에 대통령의 힘이 센 시기에는 물라면 물고 놓으라면 놓는 모양새를 종종 연출하곤 했다. 그래서 검찰의 이런 습성을 두고 ‘권력의 충견’이란 냉소적인 비판이 뒤따르기도 한다.
이와 관련, 지금은 고인이 된 전직 국민의힘 의원이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 시절 발표한 논평(2017년 11월 20일자) 일부분을 소개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수만 교대되었을 뿐 검찰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조롱 섞인 별명이 있다. ‘권력의 시녀’, ‘권력의 충견’이다. 아마 검찰 스스로도 이 별명에 크게 불만을 제기하지 못할 것 같다. 도대체 무엇이 대한민국 검찰을 이토록 비굴하게 만들었나? 역대 대통령을 구속시켰던 서릿발 같이 정의로운 검찰이 정작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는 어떻게 그토록 맹종할 수 있는 건가? 아마 스스로 고칠 수 없는 깊은 병이 든 것 같다.”
그런데 검찰의 또 다른 습성은 대통령 임기 내내 충견스러운 모습만 보이진 않는다는 점이다. 역대 정권의 사례를 되짚어 보면, 힘이 빠지는 임기 후반부에는 충견에서 사냥개로 돌변해 주인을 무는 모양새가 종종 연출됐다.
다시 말해, 살아있는 권력의 영향력이 막강한 임기 초‧중기에는 권력의 하명을 받드는 사정의 칼이었다가, 임기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그 사정의 칼이 도리어 권력을 겨냥한다는 것.
임기 말이 되면 정권이 레임덕에 시달리는 것도 검찰의 이러한 습성이 일정 부분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역설적으로 권력에 칼 들이댄 유일한 조직도 검찰…중수청이 정권 수사하기 어려운 구조
임기 말에는 사냥개로 돌변해 정권을 겨누는 검찰의 습성은 역설적으로 권력에 칼을 들이댈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조직이 검찰이라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작금의 집권세력은 검찰의 이러한 습성을 모를 리 없다.
정권 초기에는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인사로 채워져, 물라면 물고 놓으라면 놓는 권력의 충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검찰 내부에서 ‘살아있는 권력의 적폐도 수사하자’라는 자정 기능이 작동하는 걸 작금의 집권세력이 모를 리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집권세력은 자신들에게 칼을 들이댈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검찰 조직을 애초에 없애버리려 한다는 게 야권 일각의 의심이다.
앞서 거론했듯, 검찰청이 폐지되면 검찰의 중대범죄 수사 권한은 중수청으로 넘어가는데, 이렇게 되면 기존 검찰보다 더 쉽게 통제가 가능해진다.
현재 검찰청은 법무부 산하에 있지만, 검찰청 소속 검사는 그간 수사·기소에 있어 상당한 재량과 독립성을 인정받아 왔다.
검찰청법 제8조(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거치지 않고 일선 검사를 직접 지휘‧감독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려는 목적이다.
그런데 경찰법이나 정부조직법 등 경찰 조직 관련 법률에는 검찰청법 제8조와 같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하여는 경찰청장만 지휘‧감독한다’는 취지의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정리하자면, 검찰청법은 구체적 사건 수사 지휘를 검찰총장으로 한정해 개별 검사의 독립성을 명시적으로 보호하는 방패를 제공하지만, 경찰 조직 관련 법률에는 이와 같은 명시적 규정이 없어 상대적으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 취약하다는 것.
검찰청이 폐지되면, 중수청으로 이동한 검사들은 기존 검사 신분이 아니라 일반직 국가공무원 신분인 수사관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중수청장이 행안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구조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들 수사관 역시 행안부 통제 아래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중수청이 행안부 장관의 통제를 받고, 수사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 구조에서는 정권을 겨냥한 수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사즉생(死卽生) 결기 안 보여, 원대 복귀 파장이 도화선 될까?…법치국가 국민의 권리와 책무
집권세력이 주도한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안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기능 분리 및 지방 이전 방안 등이 제외됐다. 정부여당은 두 기관을 현재 위치인 서울에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금감원 직원 700여 명은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및 공공기관 지정(기존 무자본 특수법인 민간 조직 형태로 운영) 예고에 반발하며 검은 옷을 입고 집단 시위를 벌였으며, 세종시로 옮길 처지에 놓였던 금융위 직원들은 익명 게시판에 항의 글을 쏟아내는 등 조직 해체에 강하게 반대했다.
이처럼 금융당국 내부의 강한 반발이 주효했는지는 몰라도, 정부여당은 “경제위기 극복에 있어서 금융의 역할이 중요한데, 금융 관련 정부 조직을 6개월 이상 불안정한 상태로 방치하는 건 경제위기 극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금융위와 금감원의 서울 잔류 결정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금융당국 직원들은 기능 분리 및 지방 이전 등의 추진을 저지해 냈다.
반면, 조직 자체가 해체되는 중대한 변화를 앞둔 검찰에선 ‘사즉생(死卽生-죽기로 각오하면 산다)’의 결기가 상대적으로 덜 표출되는 모습이다.
물론 검찰청 폐지에 반대하는 일부 검사들의 언론 인터뷰, 내부망을 통한 반대 의견 개진, 사표 제출 등 개별적 움직임은 감지된다. 하지만 과거 ‘검란(檢亂)’에 비견될 정도로 조직 전체가 들끓는 수준의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일부 기능 분리와 지방 이전 가능성에 금융당국 직원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는데, 문을 닫는 검찰청이 작금의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면 폐지되는 게 맞을 것이다.
다만, 최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파견된 검사 전원이 검찰청 폐지에 반발해 원대 복귀를 요청하고 나섰는데, 향후 조직적 반발을 촉발할 도화선이 될지 주목된다.
물론 집권세력은 이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강한 유감을 내비치면서, 법무부를 통한 감찰·조사 및 징계 등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 조직의 최종 존폐 여부는 국민 여론에 달려 있지 싶다. 1년이라는 유예 기간 동안 국민 여론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검찰 조직의 운명이 판가름 될 것으로 보인다.
평생 검사와 직접 마주칠 일이 거의 없는 국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검찰청 폐지는 국민 대다수에게 당장 피부에 와닿는 변화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검찰청 폐지 여파로 마약·보이스피싱·성범죄 등 민생범죄 수사력 약화가 현실화된다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검찰청 폐지는 철회하고, 권력 눈치 안 보고 공명정대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화하면서도, 검찰의 권한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합리적 개편안 마련을 촉구해야 할 때다.
그게 법치국가에 살고 있는 국민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권리이자 책무가 아닐까.
<사진 및 이미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