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 '긍정 vs 부정' 논란 지속…"코스피 EPS 3.2% 개선된다"
"자사주 취득,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 재계 "취득 유인 줄어 주주환원 역효과 우려"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를 골자로 하고 있는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운데,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코스피 주당순이익(EPS)이 약 3.2%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기업의 자사주 취득 유인이 줄어 오히려 주주 환원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일 대신증권의 '자기주식 소각 시나리오와 EPS 개선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자사주 총액은 84조3380억 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의 3.1%에 달한다.
코스닥 상장사의 자사주 보유액도 9조1690억 원으로 시총의 2.1% 수준이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경우 코스피 EPS는 약 3.2%, 코스닥은 약 2.1% 개선된다"며 "소각 비율을 90~95%로 낮춰도 코스피는 2.9%, 코스닥은 2% 내외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어 EPS가 개선된다. EPS는 기업 밸류에이션이 적절한지를 따져볼 수 있는 척도다.
주당순이익 뿐만 아니라 자사주 취득은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자사주 취득을 공시한 종목은 단기적(2~5 거래일)으로 시장수익률을 1~3%포인트 상회했고, 장기적으로는 공시 후 6개월 간 시장수익률에서 11.2~19.66%포인트 오르며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실제 올해 초 SK스퀘어 주가는 7만원대 후반이었다가 지난 3월 11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한 뒤 상승세를 이어왔다. 현재 SK스퀘어는 24만원대에 거래중이다.
이경연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 발표가 투자자에게 강력한 신호효과를 줘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특성이 있다"며 "자사주 소각은 단순한 EPS 개선을 넘어 주주가치 제고와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3차 상법 개정안 논의가 활발해지자 상장 기업들의 자사주 처분에 나서고 있다. 방식도 여러 가지인데, 이 중 9월 한 달 동안 자사주 기반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한 기업은 38곳(유가증권시장 12곳, 코스닥 26곳)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다.
EB는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투자자는 일정 조건 충족 시 원금 대신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주를 직접 처분하지 않고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통상 자사주를 EB 발행에 활용하면 교환을 청구했을 때 신주 발행과 유사한 희석 효과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경연 연구원은 "재무제표 상에서 자사주 매입은 회계적으로 자기자본을 감소시킨다"며 "자본조정이 돼 있는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EB를 발행하는 것은 신주를 발행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계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기업 활동을 제약하고 주주환원에도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소각을 의무화할 경우 기업들이 자사주를 취득할 유인이 줄어들고, 반복적인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사주는 그간 단순 소각 외에도 자금 조달, 구조조정, 임직원 보상 등 다양한 경영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의무 소각이 도입되면 이러한 활용 범위가 축소돼 기업이 자사주 매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소각에 따른 단발적 주가 상승에만 매몰될 경우 오히려 장기적인 자기주식 취득 효과를 잃을 수 있다"며 "이는 주주 이익 제고라는 취지에도 맞지 않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