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과서·의대 증원 이어 댐까지...이재명 정부, 전 정부 정책에 ‘정책 감사’ 칼날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기후 대응 댐’ 계획을 대폭 축소하면서 정책 감사까지 예고했다.
불과 1년여 전 “댐 건설이 불가피하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던 정책을 뒤집은 것이어서 신뢰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후부는 지난달 30일 경북 예천 용두천댐, 청도 운문천댐, 전남 화순 동복천댐, 강원 삼척 산기천댐 등 4개 신규 댐 건설을 추가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미 추진이 중단된 3개 댐을 합치면 애초 14개 댐 가운데 절반인 7개가 사실상 백지화된 셈이다.
기후부는 중단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동복천댐은 기존 두 댐 사이에 추가 건설되는 탓에 주민 반발이 극심했고, 산기천댐은 지자체가 추진해야 하는 식수 전용댐으로 국고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고려됐다.
용두천·운문천댐은 ‘더 나은 대안 존재’가 중단 이유였다. 기후부는 “용두천댐은 하류의 양수발전댐을 활용하면 더 큰 홍수 조절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운문댐 역시 수위를 조절하고 하천 정비를 통해 추가 용수 확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남은 7개 댐도 확정된 것은 없다. 충남 청양·부여 지천댐과 경북 김천 감천댐은 주민 반발이 거세 백지화 가능성까지 포함해 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의령 가례천댐·거제 고현천댐은 농업용 저수지 활용 방안을 먼저 검토한다. 울산 회야강댐·충남 병영천댐은 규모 적정성을 재점검하고, 연천 아미천댐은 필요성은 인정하되 다목적댐 여부 등을 두고 논의 중이다.
이번 결정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실효성 부족하고 주민이 원치 않는 신규 댐은 추진하지 않는다”는 방침과 궤를 같이한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전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내세워 작은 댐 여러 개를 계획했지만 극한 홍수·가뭄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정책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사원 감사를 통해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정책 감사 가능성도 시사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곧바로 논란을 불렀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정책 감사로 공직자를 괴롭히는 일은 없도록 하라”며 정책 감사 폐지를 지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정책 감사는 본래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됐으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 정부 정책을 겨냥하는 ‘정치 보복 도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대표적 사례가 정권 교체 때마다 감사 결과가 달라진 4대강 사업이다.
실제 현 정부 들어서도 전임 정부 정책에 대한 감사는 줄줄이 진행 중이다. 교육부는 AI 디지털 교과서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 과정이 감사 대상이다. 이번에 댐 정책까지 감사가 예고되면서 “정권 교체 때마다 물 정책이 정치 논리로만 좌우된다”는 비판이 다시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역 주민들의 갈등도 여전하다. 충남 부여·청양 지천댐 건설을 찬성하는 주민 수백 명은 지난달 29일 청양 장평면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홍수 피해를 줄이려면 댐 건설이 필요하다”며 조속한 추진을 요구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지역 주민 희생을 담보로 한 낡은 치수 방식”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단순히 댐 건설 여부를 넘어 정책 신뢰성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당시 정부 시책에 따라 정책을 입안했을 뿐인데, 정권이 바뀌면 하루아침에 ‘정책 실패 책임자’로 몰린다”며 “정책 감사가 또다시 전임 정부 때리기로 악용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