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자동차‧선박이 이끈 9月 수출 사상 최대치…‘관세’ 파고(波高) 일단 비껴갔나

품목별 수출 둔화가 과제

2025-10-02     김미희 기자

[더퍼블릭=김미희 기자]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무차별 관세폭탄으로 수출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우리나라의 9월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관세 파고를 일단 비껴갔다.

이는 최대 수출품 반도체가 역대 최대 수출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미국 관세 타격이 있는 자동차도 역대 9월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수출 효자’ 노릇을 한 덕분이다.

다만, 반도체 등 수출 증가가 미국의 관세 부과 전 ‘밀어내기식 수출’에 따른 것 아니냐는 시각과 함께 올해 ‘늦은 추석’의 영향으로 9월 조업일수가 증가한 영향도 있어 10월 수출 실적은 꺾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9월 수출은 659억5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12.7% 증가하며 3년 6개월 만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4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진 것이다.

9월 수출을 가장 앞단에서 견인한 것은 반도체다. 반도체 수출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주요 제품의 고정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작년보다 22.0% 증가한 166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초로 월간 ‘160억달러 벽’을 넘어선 것이기도 하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2%로, 4분의 1을 넘어섰다.

자동차 역시 미국의 25% 품목관세 부과로 인한 대미 수출 감소에도 유럽연합(EU), 독립국가연합(CIS) 등으로의 수출이 늘어나며 작년보다 16.8% 증가해 역대 9월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가 완전히 불식되지 않았지만, 순수전기차(EV)·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와 내연기관차 수출이 모두 증가하면서 4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선박(21.9% 증가) 역시 2∼3년 전 높은 선가로 수주한 선박의 수출이 본격화하면서 7개월 연속 수출 상승세를 이어갔고, 바이오헬스(35.8%), 가전(12.3%), 일반기계(10.3%), 섬유(7.1%), 차부품(6.0%), 석유제품(3.7%) 등 주력 품목들도 수출 증가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미국의 고율 관세 영향이 있는 철강(-4.2%)을 비롯해 이차전지(-8.8%), 무선통신기기(-6.9%), 컴퓨터(-13.2%), 석유화학(-2.8%) 등은 작년보다 수출이 감소했다.

지역별로 보면 관세 타격이 있는 미국을 제외한 모든 주요 지역에서 수출이 증가하며 수출 시장 다변화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국이 수출 강점이 있는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이 미국발 관세 악영향을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기업들이 일정 부분 수출 다변화 노력을 한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9월 한국의 수출 성적표는 미국의 관세로 예상했던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는 올해 추석 연휴가 10월로 밀리면서 10월 수출 물량 일부가 9월에 집행됐기 때문이라는 관측과 함께 아직 미국의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2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관세 조치가 시행된 품목부터 수출이 둔화하는 상황이다.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은 19억1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3% 감소했다. 철강 수출은 지난달 2억 달러로 집계됐는데 14.7%나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