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평균 현물환 거래량 140억 달러인데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통화스와프 체결해도 시장 충격 크다

2025-10-01     김미희 기자

[더퍼블릭=김미희 기자]3500억 달러를 3년 안에 전액 ‘현금’으로 투자하라는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일단 정부가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을 역제안 한 상태다. 다만,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도 기대하기 어렵고, 설사 되더라도 외환시장에 안전판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는 지난 7월 30일 타결한 관세 협상에서 미국의 대(對)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시행하는 등의 내용에 합의했으나 대미 투자 이행 방안을 두고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은 직접 현금을 내놓는 지분 투자는 5% 정도로 하고 대부분을 직접 현금 이동이 없는 보증으로 하되 나머지 일부를 대출로 채우려는 구상이었지만 미국은 앞서 일본과의 합의처럼 ‘투자 백지수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논의가 지속되면서 외환시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은 한미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필요 조건’으로 내걸었다. 한국 외환보유액(지난달 말 기준 4163억달러)과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거액을 단기간에 미국에 보내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2일 로이터 인터뷰에서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금융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메시지를 낸 바 있다. 사실상 외환위기를 다시 겪을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한미 무역 합의에 따라 한국이 미국에 투자할 금액이 3500억달러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그것은 선불(up front)”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외환시장에서 불안이 커지며 환율이 1,410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무제한 통화스와프 없이 3500억달러 규모 현금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봤다.

우리 경제 규모와 외환보유액 잔액 등을 고려하면 위기급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는 뜻이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외환보유액 감소는 국가신용등급 강등, 원화 가치 절하, 원화 자산 이탈을 가속할 수 있다”며 “일평균 현물환 거래량이 140억달러 정도인데, 3500억달러를 시장충격 없이 소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장에 상상할 수 없는 충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측 요구대로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된다고 해도 3500억달러 규모 현금을 직접 보내는 방식이 된다면 환율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여기에, 통화스와프로 자금을 받더라도 워낙 큰 금액이다 보니 이자만도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만약 관세 협상이 결렬돼서 3500억달러를 주지 않는 대신 관세가 25%로 유지된다면, 이는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에는 부담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25% 관세가 유지될 경우 미국 수출 의존도가 큰 자동차·부품 등 대미 수출력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며 “대미 설비투자 재검토, 공급망 재배치 비용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