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초강세에 산업계 긴장‘…철강·조선·석화 등 중후장대 ‘득실 분화’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미 연준의 급격한 긴축기에나 나타나던 고환율 구간이 다시 재현되면서 산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철
강·조선·석유화학 등 주요 중후장대 업종은 원자재 수입 비용과 수출 환산 효과가 맞물리며 업황별로 상반된 영향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규모 투자 압박과 금리 인하 기대 약화가 겹치며 원화 약세 압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오후 3시 30분 종가 대비 1.3원 오른 달러당 1404.2원에 개장했다.
통상 환율이 1400원을 넘긴다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나 미 연준의 급격한 긴축기 때나 나타나는 수준으로, 원화 약세 압력이 여전히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철강업계는 고환율을 앞에 두고 명암이 갈린다. 철광석과 유연탄 등 핵심 원재료를 전량 달러로 수입해야 해 원가 부담은 불가피하다. 다만 자동차·조선 등 수출 물량은 환율 효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일정 부분 상쇄가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내수 부진과 해외 반덤핑 규제가 겹친 상황에서 환율 효과만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선업계는 상대적으로 환율 상승의 수혜가 크다. 선박 수주 계약 대부분이 달러로 체결돼 환율이 오를수록 환산 이익이 늘어난다. 후판과 각종 기자재 가격이 동반 상승해 일부 부담은 따르지만, 고부가 선박 수주잔량이 풍부한 만큼 전체적으로는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석유화학업계는 고환율이 뼈아프다. 나프타 등 원재료를 달러로 들여와야 하는 구조인데다,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이 이어져 제품 판매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환율 상승이 수출 이익으로 이어지더라도 원가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해 실익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결국 환율 1400원대는 업종별로 희비를 엇갈리게 하고 있다. 수출 기업에는 기회가 되지만, 내수 기반이거나 원재료를 달러로 들여와야 하는 산업에는 추가 악재로 다가오는 셈이다.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환율 흐름이 향후 4분기 실적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환율 상승 배경에는 통상 불확실성과 금융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이 한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현금 투자를 압박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대규모 달러 수요가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달러 강세가 지속된 점도 원화 약세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통상 압박이 이어지고, 연준의 정책 전환 신호가 늦춰질 경우 환율 상단 압력이 당분간 유지될 수 있다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