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영화 관세 폭탄 예고… 한국 영화 수출 비중 10% 불과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에서 제작된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국내 영화산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 영화 수출 규모를 고려할 때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영화의 총수출액은 계약 실적과 현지 배급 수익 등을 포함해 4193만 달러(약 584억 원)였다.
이 가운데 미국으로의 수출액은 421만 달러(약 59억 원)로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국가별 수출액 3위에 해당하지만 규모 자체는 크지 않다.
국내 한 배급사 관계자는 “한국 영화는 내수 시장을 주목적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고, 미국 개봉도 대규모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관세가 현실화하더라도 직접적인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계에서는 국내 영화산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세계적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제공되는 영화가 관세 대상에 포함될지는 불분명하다.
국내 OTT 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과 범위나 기준이 정리되지 않아 업계 영향력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OTT 오리지널 작품의 경우 투자 비율에 따라 해외 제작사 작품이라도 관세 적용 여부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방안이 실현될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오히려 영국·호주·뉴질랜드 등 할리우드 해외 촬영지들이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최근 비용 절감과 이국적인 배경을 활용하기 위해 미국 외 국가에서의 촬영을 늘려왔는데, 이들 국가는 세제 혜택으로 외화를 적극 유치해왔다. 영국은 영화 제작비의 최대 53%까지 세금 공제를 제공하고, 호주도 연방 및 주 정부 차원의 환급 제도를 운영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화 관세 공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도 “외국에서 제작된 모든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하며 미국 영화 산업의 위기를 강조했다.
당시에도 “미국 영화가 빠르게 죽어가고 있다”면서 각국의 인센티브 경쟁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할리우드 내부에서도 반발을 샀다. 제작비와 티켓값 상승으로 오히려 산업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할리우드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관세가 아니라 세제 혜택이라는 목소리도 현지에서 제기된다. 이번 ‘외국 영화 100% 관세’ 카드 역시 구체적 기준과 시행 시점이 제시되지 않은 만큼, 실효성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