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 논란 빗썸, 금융당국에 ‘미운털’ 박혔나? IPO 난항 예상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30일 주요 가상자산 사업자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 빗썸이 제외되면서 금융당국의 ‘공개적 경고’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에 위치한 디지털자산 거래소 협의체(닥사, DAXA) 컨퍼런스룸에서 두나무(업비트)‧코빗‧코인원‧스트리미(고팍스) 등 10개 주요 가상자산 사업자 CEO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가상자산 규율 방향,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 등 다양한 현안 사항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또한 가상자산 산업의 성장과 함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이용자 보호, IT 안전성, 금융시장 연계 리스크 등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그런데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2위를 기록 중인 빗썸은 주요 가상자산 사업자 참석자 명단에서 빠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빗썸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빗썸은 최근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코인 대여, 해외 거래소와의 오더북 공유(호가창) 등 논란을 일으킨 서비스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당국과 닥사는 이달 초 코인 대여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담보 가치를 초과하는 대여, 즉 레버리지를 활용한 서비스는 이용자들의 피해 위험이 크다며 이를 금지했다.
이에 담보금의 2배까지 가상자산을 빌려주던 빗썸은 서비스 내용을 즉시 수정해야 했지만, 지난 24일까지 영업을 지속했다. 닥사가 자율규제 위반으로 ‘경고’ 조치를 내린 후에야 담보금의 85%까지 빌려주는 것으로 서비스 내용을 변경했다.
아울러 지난 23일에는 호주 가상자산거래소 스텔라와의 오더북 공유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이재원 빗썸 대표를 소환하기도 했다.
빗썸은 지난 22일 오후 테더(USDT) 마켓을 오픈하면서 스텔라와 오더북을 공유한다고 공지했다. 오더북 공유는 가상자산거래소끼리 매수·매도 주문을 공유하는 것으로, 가상자산거래소 간 주문을 공유하면 거래량이 늘어나는 등 유동성이 커지는 장점이 있다.
다만, 현행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은 오더북 공유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두고 있다.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 간 고객 주문 내용이 공유될 경우 국내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빗썸 측은 금융당국과 협의해 오더북 공유를 진행했다는 입장이지만, 당국은 빗썸의 관련 절차 이행이 미흡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빗썸이 여러 논란을 일으키다 보니, 금감원장이 주재하는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패싱’ 논란을 자초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이찬진 금감원장은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빗썸을 저격하는 듯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이찬진 원장은 이용자 보호를 경영의 핵심 가치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과도한 이벤트, 고위험 상품 출시 등 단기 실적에만 몰두한 왜곡된 경쟁보다는 이용자 시각에서 이용자가 신뢰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길임을 명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빗썸은 내년 4월을 목표로 코스닥 시장 기업공개(IPO·상장)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금감원장이 주재하는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등 패싱 논란을 자초하다 보니, 상장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