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불안에도 정부·외환당국은 조용…"고환율이 관세 상승분 상쇄"
관세 불확실성이 원화 약세 가져오지만 수출품 가격 낮춰 기업은 이익? 정부는 고환율 등 불안 조성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원·달러 환율이 1400원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매월 환율 평균은 상승하고 있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11시43분 기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보다 2.6원 오른 1403.1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3거래일 만에 1300원대로 내려왔다가 대미 투자 패키지 협상 등 관세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다시 상승세다.
다만 수급 측면에서 수출업체가 보유한 달러를 고점에 매도(네고)하려는 움직임으로 하락 압력을 받는 모양새다.
미국 정부가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셧다운' 가능성은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내달 1일 새 회계연도 시작 전에 정부와 국회가 예산안을 합의해야 셧다운을 피할 수 있는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04% 내린 97.911을 나타냈다.
우리은행 민경원 연구원은 "환율이 1400원대로 오른 상황에서 수출업체 네고 물량은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만 수입업체 결제 수요, 해외주식 투자를 위한 달러 실수요는 환율 하락을 막겠고 대미 투자 협상 등 금융시장에 단기 충격을 줄 만한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 1400원은 국내 외환시장에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는 경제위기의 대표적인 신호로 읽힌다. 하지만 정부와 외환당국은 환율의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
장정수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은 지난 25일 금융안정 상황 설명회에서 "환율 변동성이 계속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에 대해선 유념하고 있다"며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23일 황건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한은 기자간담회에서 "(1400원대의 환율 레벨에 대해) 과하다는 생각이 있으나 레벨보다는 실제로 변동성을 더 크게 본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지수(DXY)가 97 전후로 안정됐는데도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1400원 언저리인 건 일부 금통위원이 걱정하고 있고 저도 마찬가지"라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 외환 당국에서 여러 가지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미 통상협상 불확실성 등은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함에도 정부는 '불공정한 관세협정은 환율 폭등을 일으킬 것'이라며 불안을 조성하는 발언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원·달러 환율 상승이 관세·무역 관점에서 수출품 가격을 낮춰 관세 효과를 없앨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30일 더스쿠프는 미국이 지난 4월 전 세계에 고율 상호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이 고의로 위안·달러 환율을 상승시켜 자국 수출품에 매겨질 관세 효과를 없애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4월 1일 위안·달러 환율은 달러당 7.2697위안이었는데, 달러 인덱스가 103.94에서 99.49까지 하락한 15일 오히려 7.3093위안까지 높아졌다. 양국 간 관세 긴장감이 줄어든 현재 위안·달러 환율은 달러당 7.1338위안까지 낮아졌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협정을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대미 수출품 관세가 기존 15%에서 25%로 상승한 자동차의 경우, 관세 25%를 적용한 지난 8월 1일 달러당 1389.03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25일 종가 기준 달러당 1409.14원으로 높아졌다.
원화 가치는 하락했고, 협정이 타결됐다면 매겨졌을 자동차 관세 15% 대비 수출 가격은 10%포인트만큼 높아졌겠지만, 원화 가치의 하락이 가격 상승폭을 제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환율 상승이 기업의 이익을 가져오지만 이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들은 힘들다. 외환당국은 부동산 가격 급등을 지속적으로 우려하면서도 추가 금리 인하에는 부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연말에는 환율이 하락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 물가 상승률은 이번 분기를 정점으로 낮아질 전망이고, 관세 부담도 점차 완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연준도 보다 완화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관세 협상과 재정에 대한 우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번주는 미 경제지표와 한미 간 외환시장 관련 협의 내용 발표에 따라 방향성이 좌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