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 한국 국채·기업투자·주식·부동산 시장 '장악'…안보 위협 직결
中 보유 한국 국채, 美의 2배 이상 "금융 시장 흔들릴 수 있어" '차이나 머니'의 은밀한 침투, 공급망 핵심기업 방어 필요해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차이나 머니(중국 자본)'이 한국에 우회 진출하는 규모가 커지고 있어 경제안보를 위협하는 위험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최근 중국은 한국 국채 보유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으며, 기업 투자는 물론 주식과 부동산 투자 규모도 크게 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중국 자본의 은밀한 침투는 단순한 투자 이슈를 넘어 국가 경제안보 문제와 직결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30일 조선일보가 보도한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한국 국채 보유액은 138조 원으로 지난 2021년 말 대비 38조 원 증가한 수준이다.
아시아 국가의 한국 국채 보유액은 유럽(109조 원), 미주(27조 원), 중동(14조 원)보다 많다. 이는 중국이 지난 10년 간 한국 국채 보유액을 꾸준히 늘려온 영향이다.
금리가 낮은 유럽과 일본 등과 달리 연 3% 안팎(10년 만기 기준)인 한국 국채 수익률은 중국에게 매력적인 투자처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특정국에 국채 보유 비중이 쏠릴 경우 한국 금융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은 지난 10여년 간 미국 국채를 지속적으로 매각하며 투자처를 다변화했다. 지난 2013년 중국은 1조3100여 달러(약 1843조 원 이상)를 보유하던 미 국채를 줄여 올해 2월 기준 약 7843억 달러로 절반 가량 줄였다.
국채 보유량을 줄였다는 것은 다시 말해, 미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른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부채는 약 36조 달러(5경 원 이상)으로, 금리가 0.1%포인트만 올라도 이자를 50조 원 이상 내야 한다.
마찬가지로 중국이 '셀 코리아'에 나설 경우 한국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은석 의원은 "대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금 조달 구조가 한쪽에 쏠리지 않고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치·외교 변수를 줄여 우리 금융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투자도 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신고액(홍콩 포함)은 전년 대비 147% 급증한 67억94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최근 중국 알리페이가 카카오페이 지분 19.28%를, 앤트그룹이 토스페이먼츠 지분 37.71%를 보유하는 등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도 한국 투자를 늘렸다. 텐센트가 SM엔터테인먼트·카카오게임즈·크래프톤·넷마블 등 엔터테인먼트와 게임 업체들에 대한 지분 투자를 하기도 했다.
지난 3일 경제 매체 KED글로벌이 개최한 '차이나머니의 은밀한 침투:전 세계 경제안보 빈틈을 파고든다' 토론회에서는 중국 자본이 사모펀드(PEF)와 역외 거점을 활용해 한국 전략산업에 우회적으로 침투하면서 경제안보를 위협하는 위험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공급망 핵심 기업 보호와 자본시장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세계경제분석실장은 "싱가포르·홍콩·케이맨 등을 거점으로 실제 투자 주체를 숨기기 때문에 자본 흐름과 목적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페이퍼컴퍼니(위장 투자자)를 세워 실질적 소유주를 감추는 방식이 빈번히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자본의 우회 진출이 공급망 안정성은 물론 국가 전략 산업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강천구 인하대 교수는 "중국의 희토류·핵심광물 수출 통제로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며 "한국은 핵심 자원과 기술을 전략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최근 국내 기업 인수 사례에서 보듯 자본 영향력 확대는 더 이상 가정이 아니라 현실적 위협"이라며 "고려아연처럼 세계 공급망의 전략 거점을 차지한 기업이 경영권 분쟁이나 외국 자본의 우회 진출에 흔들리면, 단순한 경영 문제가 아니라 국가 핵심기술 유출과 통제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치훈 실장은 "한국은 단기 대응을 넘어 공급망 안정화와 자본시장 투명성 강화를 아우르는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핵심 산업의 외국 자본 투자는 경제적 관점이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자본은 주식·부동산 시장 등 전방위로 뻗어있다.
지난달 말 중국의 국내 상장 주식 보유액은 20조4900억 원으로, 지난해 말(14조570억원) 대비 45.8% 증가했다. 이는 미국보다 빠른 속도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에서도 중국이 사실상 독주하고 있다. 최근 5년 간 외국인 부동산 거래 중 중국 비중은 47%에 달했고, 지난해만 65%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국내에 부동산을 보유한 중국인은 9만9804명으로 조만간 10만명 돌파가 예상된다.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집값 급등에 일조하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중국 자금의 정책 연계성과 목적을 면밀히 분석하고, 선별적이고 투명한 규제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경제적 기회를 활용하되 리스크 관리도 병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