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원전 2호기 재가동 심사 연기…사실상 ‘탈원전’ 논란 확산

2025-09-28     김영일 기자
지난 25일 서울 중구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부산 기장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 계속운전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가 열리고 있다.원안위는 이날 회의에서 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 계속운전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으나 검토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차기 회의에서 계속 심의하기로 했다.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뒤 2023년 4월 설계 수명이 완료된 고리 원전 2호기에 대한 수명 연장에 대한 심사가 다음 달로 연기된 데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이번 심사 지연이 사실상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원전 업계에서 나오고 있는 것.

가동 기한 40년이 만료된 고리 원전 2호기의 10년 재가동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 25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제222차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아무런 결론 없이 다음 달로 미뤄졌다.

고리 원전 2호기의 재가동 심의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3년 이상 기술적 안전성을 검토했고, 원안위 산하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가 '허가 기준을 만족한다'고 결론 내린 사안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원전 비전문가로 구성된 원안위원들이 구체적인 기술적 내용을 문제 삼으며 공방을 벌이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번 심사 지연으로 고리 원전 2호기의 실제 재가동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나 가능해졌는데, 이마저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원전의 10년 연장은 가동이 중단된 시점부터 계산되는데, 고리 원전 2호기는 2023년 4월 가동을 멈췄으므로, 승인이 늦어질수록 10년 중 실제 운전할 수 있는 기간은 그만큼 줄어들 게 된다.

또한 고리 원전 2호기를 포함해 현재 한수원은 총 10기의 원전에 대해 계속 운전 신청을 해놓은 상태인데, 이는 국내 전체 원전 설비 용량의 30%에 달한다. 고리 원전 2호기의 심사 지연은 나머지 원전들의 심사에도 연쇄적인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원전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신한울 1호기 운영 허가가 북한 공격이나 비행기 테러 등을 이유로 5년 가까이 지연된 것처럼, 이번에도 심사 지연을 통해 사실상 탈원전 효과를 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위원들에게 지진·해일·강우·강풍 같은 자연재해나 항공기 충돌에도 충분히 안전하다는 점을 설명했으나, 한 위원이 “항공기 충돌로 인한 세슘 137 방출량에 대한 평가가 들어 있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했가고 한다.

그러나 인위적 테러 행위는 확률을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영향 평가 대상이 아니라는 반론이 나온다.

원안위는 다음 달 23일 회의에 고리 원전 2호기 안건을 다시 올리기로 했다. 다만, 다음 달 12일 임기가 끝나는 원자력 전공 위원 2명은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

원안위 위원 중 원자력을 전공한 위원은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와 김균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위촉연구원 두 명뿐인데, 이들의 임가가 내달 12일까지여서 내달 23일 예정된 회의에는 참석할 수 없다는 것.

결과적으로 원자력 전문가가 없는 상태에서 고리 원전 2호기 재가동 여부를 다루게 되면서, 다음 달 회의에서도 안건 통과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원안위가 원전 심사 지연을 통해 사실상 탈원전 효과를 유도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원전 업계에서는 원안위의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원자력 비전문 위원들이 원전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

원안위 위원은 총 9인으로 구성된다. 국무총리가 제청하는 위원장과 사무처장(위원장 제청)이 상임 위원이고, 다른 7명은 민간 비상임 위원이다. 비상임 위원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명씩 추천하고, 위원장이 정부를 대표해 3명을 제청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