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병행' 선회한 '풍력 강국' 에스토니아… "안정적 전력 확보 중요"
기후에너지부 신설 1년 만에 원전 도입 결의안 통과 SMR 2기, GE 히타치 통해 2035년까지 건설 계획 재생에너지 확산에도 ‘기저 전원’ 한계 노출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에스토니아가 '재생 에너지 100%'라는 도전적 목표를 세운 지 불과 1년 만에 정책 기조를 수정하며 원전 도입을 공식화했다. 풍력과 태양광 확대로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 했지만, 에너지 안보와 전력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원전을 병행하기로 한 것이다.
26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에스토니아 국회는 지난해 6월 핵 에너지 도입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올해 7월 정부 차원에서 진행된 소형 모듈 원전(SMR) 도입 적합성 조사 결과, 실제 설치가 확정됐다. 기후에너지부가 본격 가동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내려진 정책적 전환이었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재생 에너지만으로는 기저 전원 역할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유럽의 해상 풍력 단지에서 바람이 일정하게 불지 않아 전력 생산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났고, 이런 불확실성이 자국 전력망에도 동일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에스토니아는 '제2의 덴마크'라 불릴 정도로 풍력 발전에 유리한 국토 지형을 갖췄다. 위도 59도에 자리해 여름철에는 일조량이 길고 태양광 효율도 높다. 다만 겨울철 발전량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태양광·풍력·BESS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파크'를 조성, 2023년 6월 세계 풍력의 날에 맞춰 공식 개장했다. 하지만 빠른 재생 에너지 확산에도 안정적 공급을 담보할 기저 전원은 취약점으로 남아 있었다.
고민 끝에 에스토니아가 선택한 건 SMR이었다. 국토 면적이 남한 45% 수준에 불과하고, 인구도 134만명으로 적어 대형 원전은 과잉 전력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에너지 집약형 산업이 없는 특수성도 반영됐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SMR 도입을 최종 결정했고, 미국·일본 합작사 GE 히타치가 개발 중인 차세대 SMR 2기를 2035년까지 도입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에스토니아 정부의 핵심 정책 방향은 '에너지·안보·청정'의 세 축으로 요약된다. 이 균형을 최적화하는 것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내부 분석도 제시됐다. 원전과 재생 에너지를 함께 활용하는 현실적 에너지 믹스 전략이 그 해답으로 제시된 것이다.
한국도 오는 10월 기후, 에너지, 치수 기능을 통합한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일각에선 에스토니아보다 재생 에너지 생산 조건이 불리한 한국이 오히려 원전 생태계의 성장을 제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재명 정부가 재생 에너지 확대를 강조하면서도 신규 원전 계획에 대해 "공론화" 입장을 내놓아 사실상 '제2의 탈원전'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