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北 핵무기 충분히 확보"李대통령 발언...설사 팩트라도 신중해야, 왜?

2025-09-26     최얼 기자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5일(현지시간) 뉴욕 JFK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더퍼블릭=최얼 기자]이재명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핵무기는 이미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보여지고, (미국을 폭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전했다. ‘비핵화’가 아닌, 북한과 대화 창구를 열어 핵무기·핵물질 생산을 ‘중단’시키는 것만으로도 안보적·경제적 이익이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피력하려던 말이지만, 그간 취했던 전략적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긍정도 부정도 아님)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미국의 거물급 금융인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국경제설명회(IR) 투자 서밋’을 직접 주재하면서 이같이 전하며 "체제 유지를 초과하는 핵무기나 핵물질을 수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 생산과 수출을 멈추는 것만 해도 상당한 안보적 이익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 성장에 부정적 요소인 북한 문제를 현 정부에서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남북 간 군사적 대치 때문에 오는 불안정성, 이로 인한 저평가 문제도 앞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더해 이 대통령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에 대한 걱정이 생기는 건 다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며 “부끄러운 얘기지만, 북한을 자꾸 다른 이유 때문에 자극하고 도발을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휴전선에 전쟁 직후에도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3중 철조망을 설치하고 있다”며 “침략을 위한 게 아니고 북쪽으로 못 올라오게 방어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북한이 군사력에서 밀리니까 불안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침략목적이 아닌, 자기방어를 위해 철조망을 설치한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이건 다 사실 정치적 문제여서, 새로운 정부는, 저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북한과 관계 개선이 필요한 이유로, 북한의 핵기술이 이미 고도화됐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곧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ICBM 기술을 완성할 것이라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강화되면서 우리로서는 위협 요인, 북한으로서는 기회 요인이 생기게 됐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1년에 핵탄두 15개에서 20개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고, 핵폭탄 제조 능력도 키우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매년 15∼20개 정도 핵폭탄이 늘 것”이라고 했다. 이와함께 “일단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핵개발과 핵수출, 추가 ICBM 개발을 중단하고, 중기적으로는 핵무기를 감축, 장기적으로는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은 대북관을 두고 여러가지 논란을 야기할 수 있어보인다.  대표적으로 "북한이 침략목적이 아닌, 자기방어를 위해 철조망을 설치한다"는 발언은 자칫 '북한식의 내재적 접근법'의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으로 보인다. 내재적 접근이란 '북한입장에서 생각하자'는 말로, 주로 진보진영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다. 그간 국내 대북정책의 핵심은 NCND로, 실상 북한에 핵이 존재하는게 사실이더라도 공식적으로 이를 전략적으로 인정하지 않는걸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핵 보유국으로써 북한을 인정하지 않게하기 위해서다.

이 발언은 '체제유지를 목적으로 핵을 보유한다며,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논란으로 비화될 수도 있어보인다.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핵무기는 체재유지를 목적으로 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게 아니다"라며 "핵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것 자체만으로도 문제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건 분명하지만, 구지 우리가 이를 공식적으 인정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END구상과 이 발언을 종합하면, 자칫 대한민국이 북한핵을 인정하는 모습이 될 수 있다.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고 참모들이 바로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서밋에서 “이런 협상을 할 수 있는, 그런 역량을 가진 당사자, 그리고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 북한이 믿을 만한 상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 세워주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메이커’를 제안하며, 이 대통령 자신은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걸 열심히 조정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