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모니아, 해운업계 판도 뒤바꾼다… 韓 조선업 3사 '탈유럽' 가속

IMO 탄소 중립 압박 속 암모니아 시장 급성장 HD현대·삼성重·한화오션, 독자 기술 확보 총력 유럽 독점 엔진 시장에 균열 조짐

2025-09-25     양원모 기자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셔틀탱커 [사진=삼성중공업]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전면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한 뒤 해운업계가 탈(脫)탄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박의 평균 수명이 25~30년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친환경 추진 체계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2050년 이후엔 국제 항로에 나서는 것조차 불가능해진다. 이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암모니아'가 차세대 해운 연료로 부상하며 글로벌 시장 판도가 재편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형 선박 엔진 시장은 독일 만(MAN)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세계 엔진 80~85%가 MAN 설계를 기반으로 하며, 한국 조선사들은 오랫동안 라이선스 생산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암모니아를 매개로 한국 기업들이 독자 기술을 확보하면서, 유럽 중심의 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HD현대는 내년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 추진선을 인도할 예정이다. 2023년 3월 벨기에 엑스마르(EXMAR)에서 4만 5000㎥급 암모니아 추진선 4척을 수주한 데 이어 현재까지 8척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고압 직분사 방식의 암모니아 이중 연료 엔진을 독자 개발, 기술적 차별화를 꾀했다. 이는 기존 MAN 설계에 의존하지 않는 첫 시도로 평가된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암모니아 기반 수소 연료전지를 적용한 원유 운반선 설계로 프랑스 선급(BV)에서 기본 인증을 획득했다. 암모니아를 수소와 질소로 분리, 수소를 연료전지에 공급해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한화오션은 '가스텍 2025'에서 무탄소 추진 LNG 운반선 개념선을 공개했다. 이 선박에는 100% 암모니아 연소가 가능한 가스터빈을 장착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대만 양밍해운에서 수주한 컨테이너선 7척을 '암모니아 레디' 사양으로 설계, 앞으로 LNG 대신 암모니아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암모니아는 극저온 저장이 필요한 수소와 달리 운송·보관이 쉽고, 이미 비료·화학 산업에서 대규모로 활용돼 공급망도 구축돼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루신텔은 암모니아 연료 선박 시장이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7.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단순히 연료를 교체하는 차원이 아니라 해운 산업의 주도권이 바뀌는 분수령"이라며 "유럽이 지배해온 엔진 시장에 한국이 본격적으로 도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