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따라 요동친 전기 요금… '정치 변수'가 원가 원칙 흔들다

文 정부, 탈원전에도 요금 동결 고수…한전 적자 36兆 尹 정부, 7차례 인상에도 주택용 요금 부담은 억제 전문가들 "산업·주택 간 불균형 해소 시급" 지적

2025-09-25     양원모 기자
[사진=한국전력]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전기 요금은 총괄 원가를 기반으로 산정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실제 결정 과정에서는 '원가'보다 '정치적 고려'가 앞선다. 정권에 따라 요금 동결, 인상이 오가는 배경이다. 

25일 전력업계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전기 요금 인상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5년 임기 동안 전기 요금 조정은 단 한 차례에 그쳤다. 당시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팬데믹 여파로 LNG, 원유, 석탄 등 연료비가 급등했지만, 물가 불안을 의식한 동결 기조가 이어졌다.

연료비 연동제도 예외가 아니었다. 2021년 1분기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을 이유로 kWh당 3원을 내린 뒤, 같은 해 2·3분기에 국제 연료비가 폭등했음에도 요금은 그대로였다. 결국 문 정부 5년간 누적된 한국전력의 적자는 약 36조원에 달했다.

뒤를 이은 윤석열 정부는 누적된 재정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임기 내 7차례에 걸쳐 전기 요금을 올렸다. 표면적으로는 정상화 조치였지만, 인상 대상은 주택용보다 산업용에 집중됐다. 정치적 반발이 상대적으로 적은 분야를 택한 셈이다.

윤 정부 시절인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산업용 전기 요금은 연속 7차례 인상돼 kWh당 73원이 올랐다. 같은 기간 다른 요금 종별은 다섯 차례 인상으로 40원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 산업용 요금 단가는 kWh당 179.2원으로 주택용 155.5원을 웃돌았다.

현행 제도상 한전은 원가 변동을 고려해 요금 조정안을 마련하고 이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다. 이후 기획재정부 협의와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지가 이뤄진다. 하지만 실제 최종 결정권은 '대통령실'이 쥐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산업부와 기재부 협의 과정에 대통령실 의중이 투영되는 구조다.

에너지 학계는 요금 조정 절차에 기재부 장관이 전문가에게 자문할 수 있도록 규정된 점을 지적한다. 자문이 아니라, 표심과 여론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통로라는 것이다. 

전력 당국이 관련 수치를 공개하진 않고 있으나, 업계 추정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 요금의 원가 회수율은 약 130%로 평가된다. 반면 주택용은 70%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선 산업용 요금은 낮추고, 주택용은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정치적 계산 속에서 주택용 요금 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전기 요금이 원가 원칙을 벗어나 정치 변수에 좌우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시장 왜곡과 사회적 비용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