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전환의 시대, 인간에게 답을 찾다… ‘트렌드 코리아 2026’
[더퍼블릭=오두환 기자] 세상이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을 흔드는 관세 전쟁, 끝이 보이지 않는 국제 분쟁, 그리고 인간의 지능을 넘어 특이점으로 치닫는 AI의 위협까지. 혼란의 파도 속에서도 한국 경제는 여전히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조선·반도체에 이어 세계 1위를 차지한 K뷰티, 더욱 한국적인 색채를 띠며 세계로 뻗어나가는 K콘텐츠 열풍이 그 동력이 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6’는 이러한 변화와 도전의 시대에 우리가 붙잡아야 할 방향타가 무엇인지를 짚는다.
김난도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이세돌 바둑기사가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유일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제 78수’였다”며 “알파고가 예측할 수 없던, 가장 본인다운 수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자기만의 수, 가장 인간다운 길을 찾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소비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로 ‘HORSE POWER(호스 파워)’를 제시했다. '말의 힘'을 뜻하는 단어지만, 여기서는 2026년 10대 소비트렌드의 앞 글자를 딴 신조어다.
H(휴먼인더루프·Human-in-the-loop), O(필코노미·Oh my feelings! the Feelconomy), R(제로클릭·Results on Demand: Zero-click), S(레디코어·Self-directed Preparation: Ready-core), E(AX 조직·Efficient Organizations through AI Transformation), P(픽셀라이프·Pixelated Life), O(프라이스 디코딩·Observant Consumers: Price Decoding), W(건강지능·Widen your Health Intelligence), E(1.5가구·Everyone is an Island: the 1.5 Households), R(근본이즘·Returning to the Fundamentals) 등이다.
책은 각 키워드가 보여주는 흐름을 통해 “AI 대전환의 시대에도 결국 답은 인간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휴먼 인 더 루프’는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생성하는 시대에도 인간이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필코노미’는 기분과 감정이 소비를 주도하는 새로운 경제 질서를 뜻한다. ‘제로클릭’은 알고리즘이 선택을 대신해주면서 소비자의 클릭이 사라지는 현상을, ‘레디코어’는 불확실한 미래를 미리 준비하고 예행연습하려는 욕구를 보여준다.
AI로 급격히 재편되는 조직 문화도 주목된다. ‘AX 조직’은 계층 구조가 무너지고 프로젝트 중심으로 재편되는 초유연한 조직을 뜻한다. ‘픽셀라이프’는 작은 경험을 모아 삶의 해상도를 높이려는 흐름을, ‘프라이스 디코딩’은 가격 구조를 해독하는 초합리적 소비자의 등장을 가리킨다.
건강에 집착하는 사회현상은 ‘HQ(Health Quotient·건강지능)’로 요약된다. ‘1.5가구’는 고독과 연결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새로운 가구 형태를, ‘근본이즘’은 빠른 변화 속에서 불변의 가치와 과거의 원형을 찾는 트렌드를 담고 있다.
김 교수는 “2026년은 AI가 본격적인 변곡점에 들어서는 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기술 낙관론이나 공포론에 기대지 않았다. 오히려 AI와 인간이 갈등 속에서 합일하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반인반마 ‘켄타우로스’에 비유했다. “AI의 힘은 하체에, 인간의 지혜는 상체에 있다. 결국 우리는 기계와 인간의 장점을 결합하는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는 설명이다.
저자 김난도 교수는 2008년부터 매년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집필해온 국내 대표 소비트렌드 연구자다. 유튜브와 온라인 강좌로도 활동하며, 최근에는 자신의 저서와 논문을 기반으로 학습한 ‘김난도 GPT’를 공개해 디지털 시대의 연구·저술 방식에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책은 “AI 쓰나미가 세상을 덮쳐도, 결국 방향을 잡는 힘은 인간에게서 나온다”고 말한다. 기술의 힘을 빌리되, 자기만의 ‘78수’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