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증설, 유럽은 감축…글로벌 석화 구조조정, K석화에 기회 될까

2025-09-24     홍찬영 기자
여천 NCC 공장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이 장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노후 설비를 정리하는 동시에 대규모 신규 투자를 병행하고 있고, 유럽과 일본은 경쟁력이 떨어진 설비를 폐쇄·매각하며 감산에 나서고 있다.

한국 역시 나프타분해설비(NCC) 감축을 추진하는 가운데, 업계는 이번 공급 재편이 위기이자 동시에 회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노후 설비를 정리하는 동시에 대규모 신규 설비를 짓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의 시노펙은 신장 타허 프로젝트를 통해 정유 능력을 연산 500만톤에서 850만 톤으로 확대하고, 에틸렌과 방향족 제품 생산도 늘릴 방침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친환경 수소분해 설비를 포함한 신규 16개 설비를 2029년까지 완공해 2030년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페트로차이나, CNOOC 역시 노후 정유소를 닫고 에틸렌·폴리프로필렌·특수화학 단지를 신설하고 있다.

유럽은 2027년까지 연간 500만 톤 규모의 에틸렌 설비를 폐쇄하거나 매각할 예정이다. 리온델바젤은 프랑스·영국·독일·스페인 등 주요 거점 설비 매각을 추진 중이고, 다우도 일부 자산 정리에 들어갔다. 일본도 240만 톤 규모의 감축을 예고하며 미쓰비시화학, 마루젠, 미쓰이화학 등이 NCC 통합·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연말까지 최대 370만 톤 규모 NCC 감축 목표를 내세운 상태다. 여수·대산·울산 등 3대 석화단지에서 감산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업계 전반의 투자 여력이 부족해 신규 설비 증설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후 설비 개·보수에 비용이 더 들어 결국 줄이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이 상태가 길어지면 경기 회복기에는 중국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글로벌 구조조정 흐름이 오히려 국내 업계에 회복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재성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이 친환경 설비를 도입하면서 원가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이 경우 국내 NCC 가동률이 올라 고정비 절감과 적자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범용 제품 중심의 증산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중국의 증설, 중동의 범용 사업 확대 흐름 속에서 한국은 차별화 전략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