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유·무인 복합전력 강화 본격화… '드론봇 전투체계' 가속

러-우 전쟁 이후 드론전 확산, 한국도 대응 나서 대기업·스타트업 협업 가속… 방산 클러스터도 가동

2025-09-23     양원모 기자
2025 DSK(드론쇼코리아)에 전시된 NACS [사진제공=KAI]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론의 군사적 효용성이 확인된 가운데 한국군이 '드론봇 전투체계'를 축으로 유·무인 복합 전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거미줄 작전'으로 대표되는 군집 드론 운용이 저비용·고효율 타격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미국·중국·유럽을 비롯한 주요 군사 강국은 대규모 관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도 독자 체계 마련에 나서며 새로운 전장 환경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군은 2018년 육군 주도로 '드론봇 전투단'을 창설해 정찰·타격 드론 운용을 시작했다. 이어 2023년에는 육·해·공·해병대가 합류한 합동 전투부대인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했다. 이 조직은 적 무인기 대응과 드론 기반 다양한 임무 수행을 동시에 목표로 삼고 있다. 단순 정찰에서 벗어나 실시간 타격과 대응이 가능한 복합 전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취지다.

국내 드론 산업 규모는 아직 초기 단계다. 2023년 기준 제작업체 608개, 활용업체 6227개로 총 6835개 기업이 활동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은 1조 993억원이다. 이 가운데 군사용 드론 관련 매출은 1954억원으로, 비중은 크지 않다.

다만 대형 방위산업체들이 첨단 무인체계 개발을 선도하고, 중견·중소기업이 군집 드론이나 센서 등 틈새 기술에 집중하면서 협력 구조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정부 역시 방산 혁신 클러스터와 신속 시범사업 등을 통해 중소형 업체의 참여를 지원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무인기 체계 및 엔진 개발에 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을 세우고, 미국 GA-ASI와 단거리 이착륙 무인기 'Gray Eagle-STOL'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통합 관제 네트워크와 안티 드론 사업을 맡아 다층 방어체계 구상을 진행 중이다. 3㎞에서는 재밍, 3~2㎞에서는 킬러 드론 포획, 1㎞ 안에서는 레이저 요격을 적용하는 단계별 대응 방식을 마련해 차량 기반 이동형 시스템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LIG넥스원은 정찰·타격 복합형 드론(MPD) UAV와 소형 무인기 대응체계(Block-1)를 개발하고 있다. 이 장비는 소형 무인기를 탐지한 뒤 전파 교란으로 경로를 이탈시키거나, 추락을 유도하는 소프트 킬 방식이다. 한국항공우주(KAI)는 유인기와 무인기를 연동하는 2계층 복합체계(MUM-T)를 추진, KF-21·FA-50 전투기에 UCAV를 연결 운용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소형 다목적 무인기 AAP 시험비행도 앞두고 있다. 

중소형 업체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니어스랩은 자율비행 소프트웨어 기반 드론을 앞세워 다목적 소형 드론 '에이든(AiDEN)'과 자폭드론 '카이든(KAiDEN)'을 개발했으며, 이미 200만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숨비는 드론과 AI 관제 시스템을 결합해 군과 공공기관에 공급하고 있다. 파블로항공은 군집비행 기술과 '파블로M' 시리즈를 앞세워 S10s, R10s 등 전용 모델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내 드론 산업이 대기업과 스타트업 협업을 통해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드론이 전쟁 양상을 바꾸는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은 만큼, 한국군 역시 드론봇 전투체계 확립을 통한 유·무인 복합 전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