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다시 못들어올라”…전 세계 인재들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던 美 기업들도 트럼프發 비자 ‘후폭풍’
[더퍼블릭=김미희 기자]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 대해 진행한 불법 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한국인 300여명이 체포됐다.
이번 일은 이민자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불법 이민 단속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성과 부풀리기에 혈안이 된 담당 기관의 대규모 검거 작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이 이번에는 ‘전문직 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의 수수료를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로 대폭 증액할 예정이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전문 직종에 적용되는 비자로, 추첨을 통한 연간 발급 건수가 8만5000건으로 제한돼 있다. 기본 3년 체류가 허용되며, 연장도 가능하고, 영주권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곳곳에서 곤란한 상황이 빚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비자 소지자나 갱신 신청자에게는 새 방침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만 뒤늦게 전해졌다.
이 같은 미국의 전문직 비자 수수료 인상은 미국의 전문직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H-1B 비자 발급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중국·인도인 비중이 높은 H-1B 비자를 활용, 기업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외국 인력을 데려오면서 미국인의 일자리가 잠식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발언은 반이민정책으로 인해 우리나라 인력의 체포, 구금사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그들을 환영한다. 우리는 그들의 직원을 환영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로부터 배울 것이며 그렇게 머지 않은 미래에 그들의 전문 영역에서 그들보다 더 잘하게 될 것이라고 기꺼이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도 배치된다.
이에 전 세계의 수많은 인재들을 마치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던 미국 기업이 비상에 걸릴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CNBC 등 외신은 내부 메모와 관련자들을 인용해 행정명령 서명 이후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기술 서비스 기업 코그니전트 등이 해당 비자 소지자들에게 미국을 떠나지 말 것을 경고하고, 해외에 체류 중이면 20일까지 귀국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재입국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하는 한편 해당 직원들이 많아 막대한 비용을 물까 봐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인사 담당자들은 비자 소지자들의 현 위치를 파악해 필요시 항공편 예약을 지원하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JP모건체이스는 법무법인을 통해 비자 소지자들에게 추가 지침이 있을 때까지 미국에 머물고, 해외여행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메모를 보냈다.
컨설팅 기업 어니스트앤영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20일까지 미국으로 귀국하라고 통보하는 동시에 “비자 유형과 무관하게 가능한 한 해외여행을 제한하라는 지침을 계속 유지한다”고 밝혔다.
월마트도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행정명령의 내용과 의도가 명확해질 때까지” 해당 비자 소지자들은 미국을 떠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